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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옆 폐기물 공장…이게 말이 되나요?”
뉴스종합| 2012-03-05 11:14
 인근 마을 암환자 급증
공장 이전 수차례 건의

당국 “대안 찾고있는중”
3년 지나도 감감무소식



경기도 고양시 성석동에 있는 양일초등학교 5학년생 홍길동(12ㆍ가명) 군은 5일 학교에 가지 않았다. 이날은 새학기 첫날. 홍 군뿐만 아니라 선후배 100여명도 등교거부에 동참했다. 지난 2월 7~9일 3일간 등교거부에 이어 두 번째다.

새 담임선생님, 새로운 반 친구와 함께 공부를 한다는 설렘은 홍 군에게 사치다. 왜일까. 학생들이 공부를 접고 등교거부 투쟁에 나선 것은 학교 옆 건축폐기물 처리공장 때문이다. 


▶등교거부…“우리 아이 생명 걸린 문제”=문제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 8월. 27가구가 사는 인근 견달마을에서 10년 내 암환자가 9명이 발생하는 등 암환자가 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양일초등학교는 2010년 8월 개교했다. 고양 식사지구 도시개발조합이 식사동 위시티택지개발지구에 학교를 설립해 교육청에 기부채납했다. 학교는 인근 건축폐기물 처리공장에서 불과 100~350m 떨어진 곳에 자리하고 있다. 당시 고양시청은 주민들에게 “폐기물 공장은 2010년께 고양시 덕양구로 이전할 예정”이라며 안심시켰다.

그러나 공장 이전은 무산됐다. 이전 예정지 주민들의 반대 때문이었다. 마을 주민들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암 환자가 늘어나는 등 건강권 문제가 심각해지자 지자체에 폐기물 공장 이전을 촉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불안감이 증폭됐다. 일부 학부모는 아토피나 발진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학부모들은 ‘자식을 지키는 양일초 학부모모임(자양모)’을 만들어 공장 가동 중단 및 전학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자체와 교육 당국은 묵묵부답이었다. 자양모는 지난 2월 7~9일께 첫 번째 등교거부 운동을 시작했다. 전교생 889명 중 절반에 달하는 403명이 참여했다.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결국 5일부터 무기한 등교거부가 시작됐다.

지난 3일에는 신입생과 재학생 학부모 간담회를 열고 ▷초등학교 이전 ▷초등학교 설립 허가하고 택지개발 계획 승인한 관계자 전원 감사 및 검찰 고발 ▷폐기물 공장 구조물 밀봉 ▷인근 주민 대상 건강검진 실시 ▷교장 및 학교운영위원장 교체 등을 지자체 및 교육 당국에 요청하기로 합의했다.

초등학교 2학년 딸을 둔 학부모 김모(40) 씨는 “우리 아이의 생명이 달린 문제인데 지자체와 교육당국이 방관을 하고 있다. 이젠 중앙 정부가 나서야 할 차례다.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을 때까지 등교거부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5일 기다리던 개학이다. 그러나 학생들이 ‘등교거부’를 하고 있다. 무슨 일일까. 경기도 일산 동구 식사동에 위치한 양일초등학교. 이 학교 주변에 폐건축물 처리장이 있다. 학부모들은 처리장 매연으로 아이들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자식을 지키는 양일초등학교 학부모모임’의 회원들이 등교거부까지 하며 처리장 이전 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박해묵 기자> / mook@heraldcorp.com


▶대안 없는 지자체ㆍ교육당국=고양시청은 “대안을 찾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구체적인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김경주 고양시 민생경제국장은 “지난해부터 전담팀을 구성, 암 환자가 다수 발생한 견달마을에 대한 역학 조사 및 양일초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며 “해당 업체들과 접촉해 3중 분진방진막을 설치하고 살수장치를 설치하도록 지도하는 등 환경오염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장 이전 등 학부모들의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해 조절해 나가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학교 측은 일단 체육수업을 인근 실내체육관에서 진행하는 등 임시방편으로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학부모들의 요구를 충족시키진 못하고 있다. 서미경 양일초 교감은 “교육청에 실내공기청정기 예산을 요청한 상태며 체육수업을 인근 실내체육관에서 진행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또 교육청과 구청, 학부모들로 구성된 합동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양=서상범 기자>
/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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