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수줍은 남녘의 꽃향기가 느껴지나요?
뉴스종합| 2012-03-07 11:40
고위도 찬공기 영향 한파지속
개화 평년보다 2~3일 늦어질듯
빛·온도 등 외적 요인에 지배

커피나무는 온도 급강하때 꽃피우고
대나무는 가을에 푸른잎 드러내고
상록수는 봄이 되면 낙엽으로…


‘마른 가지에 뿌옇게 튀어 올라 비구니 애처로운 머리통에 비죽비죽 돋는 머리칼 끝들을 생각나게 한다’(윤대녕의 소설 ‘3월의 전설’) ‘꽃이 피어서/산에 갔지요/구름 밖에/길은 삼 십리/그리워서/눈감으면/산수유꽃 섧게 피는 꽃길 칠십리’(곽재구의 시 ‘산수유꽃 필 무렵’)

봄(春)의 전령사 산수유 꽃은 얼핏 보면 노란 개나리꽃 같아 보인다. 이 산수유 꽃이 피면, 겨울이 힘을 다했다는 것을, 그리고 봄이 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등산객들이 바빠졌다. 봄이 왔기 때문이다. 산(山)으로, 들(野)로 바삐 움직인다. 지난 5일은 ‘경칩(驚蟄)’. 기온 변화가 심해지면서 성질 급한 놈들은 이전부터 활개를 치고 있지만, 경칩이 되면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활동을 시작한다. ‘우수(2월 19일)와 경칩이 지나면 대동강 물이 풀린다’고 해 봄이 눈앞에 왔다며 반겼다.

오는 20일은 절기상으로 춘분이다. 지구의 남반구를 비치던 태양이 춘분을 기점으로 북반구를 비치면서 낮의 길이가 점차 길어지고 활동시간도 늘어난다. 연지(燕至)라고 해서 제비가 찾아오는 때이기도 하다. 제비가 우리나라를 찾는 것은 4월 이후다.

기온이 상승하며 달력에서는 3월, 기상학에서는 최저 기온이 영상으로 접어드는 시기, 천문학에서는 춘분부터 ‘봄’으로 본다.

곤충이나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이 오랜 동면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이 지난 후에도 때때로 늦추위가 나타나 개미는 3월 하순, 개구리는 4월 초에나 얼굴을 지상으로 내민다.

▶개나리, 진달래 언제 볼 수 있을까=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개나리, 진달래 등 봄꽃의 개화시기는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평년보다 평균 2~3일 정도 늦을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에 비해서는 2~4일 정도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북극 진동으로 인해 고위도의 찬 공기가 중위도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한파가 늦게까지 이어졌고, 기온의 급변이 개화시기를 늦춘 것으로 풀이된다.

개나리는 3월 17일 서귀포를 시작으로, 남부지방은 3월 20~27일, 중부지방은 3월 26일~4월 4일, 경기북부와 강원북부 및 산간지방은 4월 5일 이후에 노란 꽃잎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진달래는 3월 21일 서귀포를 시작으로, 남부지방은 3월 23~31일, 중부지방은 4월 1~7일, 경기북부와 강원북부 및 산간지방은 4월 8일 이후에 개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봄꽃의 절정시기는 개화 후 만개까지 일주일 정도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제주도에서 3월 24~28일께, 남부지방에서 3월 27일~4월 7일께, 중부지방에서 4월 2~14일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시민들은 4월 9~12일께 절정에 이른 봄꽃 나들이를 계획하면 되겠다.

최근 들어 봄철 기온 변동이 급격해 봄꽃 개화시기도 매년 큰 폭으로 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서울의 경우 개나리(진달래) 평년 개화시기는 3월 28일(3월 29일)이나 2009년에는 3월 20일(3월 21일)로 개화가 앞당겨졌고 3월 기온이 낮았던 2011년에는 4월 5일(4월 6일)로 늦어져 2년 사이 보름 정도 차이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벚꽃놀이 언제 가야 하죠= 겨울 동안 동면상태에 있던 벚나무가 일평균 
아직 춥다. 꽃은 추위가 싫다. 따뜻해지면 수줍은 꽃망울이 얼굴을 내민다. 개나리도, 진달래도, 목련도, 벚꽃도 그렇다. 그러나 꽃이 피려면 따뜻한 날씨는 물론 햇볕, 바람, 습도 등이 적당히 어우러져야 한다.   [헤럴드경제DB]
기온 5도를 경계로 해서 눈이 트고, 10도를 넘게 되면 피는 시기에 접어들게 된다. 그러나 3월 말을 전후로 꽃필 무렵에 꽃샘추위로 인해 개화일이 늦어지는 경우도 있다.

벚꽃이 북쪽을 향해 피는 속도는 1일 약 20㎞씩이다. 산꼭대기를 향해서는 1일 약 50m씩 올라가며 개화하게 된다.

식물 계절 자료에 의하면 벚꽃 개화일은 강릉이 4월 13일, 인천이 4월 19일, 신의주가 4월 29일로 중국 대륙에 가까운 서해안 쪽이 동해안 쪽보다 북상 속도가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륙이 해양보다 빨리 가열돼 대륙 쪽의 개화일이 빠르게 나타난다.

동일한 기후 조건에서도 나무에 따라서는 남쪽 가지의 꽃이 북쪽 가지보다 빨리 피고, 같은 정원에 심은 나무들 사이에서도 성장속도가 다른 경우가 있다. 식물 성장에 있어서 햇빛량과 양분 차이 등이 식물 간 개화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꽃이 피기까지에는 그때까지 잎눈을 만들어 오던 생장점이 꽃눈을 만들 만한 상태로 전환되는 과정, 꽃의 각 부분이 분화돼 가는 과정, 분화한 각 부분이 성숙하는 과정 등이 있다.

꽃눈의 형성이나 개화는 식물의 나이 등 내적 조건 외 빛ㆍ온도 등의 외적 조건에 의해 지배된다. 각 과정이 반드시 같은 조건에 지배된다고는 할 수 없다. 일례로 꽃눈 형성과 개화는 다 같이 하루의 일조시간(日照時間)의 영향을 받으나, 달리아와 같이 꽃눈 형성에는 단일조건(短日條件)이 필요하나 꽃눈이 성숙해 개화하는 과정에는 장일조건(長日條件)을 요하는 것이 있다. 또 반대로 몇 종의 제비꽃과 같이 장일조건에서 꽃눈이 성숙해도 피지 않는 것이 있다. 이와 같이 빛은 일조시간에 의한 개화시기뿐만 아니라 하루의 개화시각에도 영향을 준다.

▶개화시기…“그때그때 달라요”= 큰달맞이꽃의 경우 빛이 개화를 억제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해가 진 후 빛의 억제효과가 풀려야 개화한다. 개화 시각이 대체로 일정한 식물로는 새벽에 피는 나팔꽃과 아침 10시께 피는 벼 따위가 있다.

온도의 개화에 대한 영향에도 평균기온이나 최저기온과 같이 오랜 계절적 변화 외에 온도의 급변이 자극이 되는 경우가 있다. 온도의 급강하에 의해서 꽃이 피는 것으로는 커피나무가 있고, 급상승할 때 개화하는 것으로는 조가 있다. 또 사프란이나 튤립 등은 이른 봄에 피는 꽃의 개폐운동에도 온도가 관계되는 경우가 많다. 온도가 높으면 안쪽 꽃잎의 생장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개화하고, 낮으면 바깥쪽 꽃잎의 생장속도가 빨라서 폐화(閉花)한다. 이 경우의 개폐운동은 꽃잎의 안과 밖의 생장의 차에 의한다.

가을밀과 같이 저온을 거치지 않으면 개화하지 않는 식물도 있는데, 이것은 개화의 최초 과정인 꽃눈 형성에 저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나무는 이와 반대로 봄에는 시들고 가을이 되면 푸른 잎을 나타낸다. 봄은 번식의 계절로 죽순에 양분을 빼앗기나 가을이 되면 어린 나무도 한 그루의 대나무로 성장해 봄을 맞게 된다. 겨울에도 푸름을 잃지 않는 상록수의 작년 잎은 새잎이 나오게 되면 낙엽이 돼 땅에 떨어지게 되는데 이때가 한창 봄이 무르익어 갈 때다.

이태형 기자/thlee@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