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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계약서로 미분양 아파트‘땡처리’
뉴스종합| 2012-03-07 11:28
분양업체 대표 A(54) 씨는 지난해 5월 경기도 안양 소재 미분양아파트 114가구를 기존 가격의 절반 수준으로 매입했다. 시공사가 271가구를 분양했지만 부동산 경기침체로 분양이 신통치 않자 울며 겨자 먹기로 기존 가격의 58% 수준으로 A 씨에게 판매한 것.
A 씨는 매입한 아파트를 기존 실거래가의 70% 수준으로 다시 분양했다. 20~30평대 소형평수는 분양이 잘됐지만 40평대 이상 대형아파트 40여가구는 여전히 분양이 되지 않았다.
A 씨는 결국 꼼수를 생각했다. 실제 계약금보다 가격을 높여 쓰는 일명 ‘업(UP)계약서’를 이용해 대출금만으로 아파트 매매가 가능케 하기로 한 것.
여러 은행을 접촉하던 중 서울 상계동 소재 모 은행 지점의 대출담당 주임 B(31) 씨를 만났다.
B 씨는 “대출을 많이 해줄테니 수수료를 달라”고 요구를 했고, A 씨는 건당 600만원의 수수료를 주기로 합의했다. B 씨는 모 감정평가법인 지사장 C(57) 씨를 통해 허위 감정을 받아 7억원 상당인 기존 실거래가로 계약한 것처럼 계약서를 꾸몄다.
A 씨는 D(44) 씨 등 분양브로커를 이용해 매수인을 모집했다. 브로커는 “대출금만으로도 매입이 가능하다”고 홍보했다.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자 30명이 몰려들었다. 그럼에도 11가구는 여전히 분양되지 않았다. 브로커는 일명 노숙자 등을 이용해 명의를 대여해주는 바지업자를 이용해 대출금의 3~6%를 주는 조건으로 명의대여자(대출바지)를 고용, 미분양아파트를 ‘땡처리’했다.
이 같은 수법으로 지난해 5월부터 9월까지 총 195억5300만원에 달하는 부실대출이 발생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7일 미분양된 재개발 아파트를 헐값에 사들인 뒤 되팔면서 매수인이 은행 담보대출금만으로 아파트를 살 수 있도록 허위 계약서 작성을 주도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업무상 배임)로 분양업체 대표 A 씨 등 28명을 불구속입건했다.
또 허위 계약서임을 알면서도 200억원대 담보대출을 해준 은행 직원 B 씨와 브로커 D 씨 등 3명을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B 씨는 허위 계약서를 바탕으로 부실대출을 해준 혐의로 1억5000여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B 씨는 담보대출을 하기 위해 은행에서 거래하던 기존 감정업체가 아닌 D 씨와 접촉해 허위 감정평가를 하도록 공모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담보대출을 받으려면 감정평가금액이 필요하다. 5억원에 거래되던 아파트였지만 은행 직원과 감정평가사가 공모해 기존 실거래가 7억원으로 평가했고, 이에 따라 매수자가 최대 5억여원의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며 “은행이 대출담당 직원의 말만 믿고 현장 실사를 나가지 않아 이러한 부실 대출을 막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경기 악화로 미분양아파트가 속출하면서 기존 분양가 대비 30% 이상 할인해 판매하는 땡처리가 급증하고 있다”며 “미분양아파트 신규 매매의 경우 담보대출 비율은 매매가와 외부 감정평가금액을 기준으로 하고 있으며, 담보대출 비율 산출 시 수도권 아파트 담보대출에 대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적용되지 않고 있어 대출바지를 이용한 전문 사기범의 불법대출 성행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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