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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교 학급 절반이 반장후보?
뉴스종합| 2012-03-09 11:20

면접·구술고사 미리 준비
학원 단기속성 강좌 등장
1시간 15만원 사교육까지

서울 강북 지역의 유명 사립초등학교 6학년 김모(13) 군. 그는 요즘 강남의 스피치학원에 다닌다. 곧 치러질 반장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다. 곽 군은 “우리 반 인원이 총 36명인데 이번 반장선거 후보자가 19명이다. 반장이 돼 학급회의를 진행하는 경험 등이 멋있어 보이고 나중에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 출마하게 됐다. 엄마가 입소문을 듣고 강남의 유명학원에 등록시켜 주셨다”고 말했다.

선거 열풍이 뜨겁다. 총선이 아닌 일선 초등학교에서 치러지고 있는 반장선거다. 한 학급 인원 절반 이상이 출마 후보자다. 반장선거 대비 사교육은 해가 갈수록 열기를 더해간다. 전직 아나운서에게 발성 연습을 받는가 하면, 전문가에게 연설문 작성을 의뢰하기도 한다. 반장선거 대비 단기 속성 강좌가 생겨나고, 선거 직전엔 1시간에 15만원에 달하는 1대1 코칭을 받기도 한다.

뜨거운 열기의 이유는 뭘까. 학생ㆍ학부모들은 한목소리로 ‘스펙관리’라고 말한다.

▶반장선거 대비 1대1 강의, 1시간에 15만원=서울 강남구 A웅변학원은 개학 시점에 맞춰 반장선거 및 전교회장선거 대비 단기 강의가 진행 중이다.
 

이 학원은 선거에 출마하는 학생을 대신해 연설문까지 작성을 해주고 있다. 물론 비용은 별도다. 전교임원선거에 출마하는 학생을 위한 특별 강의도 있다. 3월 중순부터 시작되는 전교임원선거를 앞두고 수강 접수가 한창이다. 이 학원은 한 학교에서 전교 임원선거 출마자 한 명씩만 접수를 받으며 합격률을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

서울뿐만이 아니다. 경기도 광명시 B학원은 전교회장 및 반장선거반을 지난 2월부터 운영하며 한 달에 총 8회, 회당 90분씩 치러지는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수강료는 30만원 정도다. 

한 학원 관계자는 "개인 코칭 강의료로 1시간에 15만원을 받은 학원도 있다"고 말했다.

▶“스펙관리, 면접ㆍ구술고사 준비”… 반장 경력은 대입用?=학부모들은 반장선거 열기의 이유에 대해 대학입시를 위한, 이른바 스펙관리와 면접 및 구술고사를 대비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라고 말한다.

강남 C학원에서 반장 선거 대비 강의를 수강하는 딸을 기다리고 있던 한 학부모는  “입학사정관제에서 학급 간부 경력이 반영되고 대학입시에도 도움이 된다고 들었다. 그렇다 보니 반장을 하려는 애들이 굉장히 많다”며 “학급 반장 등을 맡아 회의 진행 등을 하다 보면 발표력도 좋아지고 향후 대학입시에서 면접이나 구술고사를 치를 때에도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 이같은 학원을 보내게 됐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강남 학원가에서 만난 초등생 김모(11) 양은 “서로 선거에 나가려고 한다. 엄마도 학교 임원 경력이 나중에 대학 진학 때 유리하다고 해서 나가 보라고 권유했지만 이번엔 친구들이 너무 많이 나와 자신이 없어 못 나갔다. 하지만 당선된 친구들이 멋있어 보이긴 한다”고 말했다.

박수진ㆍ윤현종ㆍ정진영 기자/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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