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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투자의견 하향 리포트 7배 급증 왜?
뉴스종합| 2012-03-12 11:51
본지 증권사 월별리포트 분석
지난 1월엔 233건 10배 증가

기업 이익전망 증가수준 저조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 영향
매도추천도 영업상 필요


월평균 20여건에 그쳤던 국내 증권사의 ‘투자의견 하향’ 리포트가 올 들어 7배 가까이 급증했다. ‘매도(sell)’ 리포트 없이 ‘매수(buy)’ 리포트만 쏟아지는 국내 금융투자업계에서 ‘보유(hold)’나 투자의견 하향 리포트는 사실상 매도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처럼 사실상의 매도 추천이 갑작스레 늘어난 이유는 올 들어 기업들의 이익전망 증가 수준이 낮아진 데다 지난 연말 도입된 한국형 헤지펀드의 영향이 겹친 효과로 풀이된다.

12일 헤럴드경제가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국내 증권사들이 작성한 월별 투자의견 하향 리포트를 분석한 결과, 지난 1월 하향 리포트는 233건으로 전년동기 20건에서 10배 이상 늘었다. 2월에도 투자의견 하향 리포트가 69건으로 전년동기 18건 대비 크게 늘었다. 1~2월 합계 투자의견 하향 리포트는 302건으로 전년동기 38건 대비 694%(7배) 급증했다. 투자의견 하향은 대부분 매수에서 보유나, 강력매수(strong buy)에서 매수로 변경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국내 증권사가 매월 쏟아내는 종목 리포트 2000~3000건 가운데 투자의견 하향 리포트는 월평균 20여건으로 1% 미만이었다. 올해는 1~2월 발행된 총 종목 리포트 5512건 가운데 5.5%가 투자의견 하향 리포트다.

이는 지난해 말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국형 헤지펀드들이 주로 사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차익매매 투자전략인 ‘롱숏(Long-Short)’은 동조화된 주가 흐름을 보이는 두 가지 종목 중 고평가된 종목을 매도하고 저평가된 종목을 매수하는 전략이다. 롱숏 전략을 위해선 저평가 우량 종목에 대한 매수 리포트뿐 아니라, 고평가 비우량 종목에 대한 매도 리포트가 필수적인 셈이다.

이는 삼성증권, KDB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등 한국형 헤지펀드 프라임브로커(헤지펀드 운용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선정된 5개 증권사의 투자의견 하향 리포트 비중이 높게 나타난 데서 확인된다.

지난 1~2월 이들 증권사의 전체 증권사 대비 투자의견 상향 리포트 비율이 20.8%인 반면, 하향 리포트 비율은 25.6%였다.

결국 헤지펀드 도입으로 매도추천도 영업에 필요해지다보니, 기업이익 전망치 하향을 적극적으로 투자의견 조정에 반영하는 셈이다.

일례로 우리투자증권의 경우 지난 2일 강현철 투자전략팀장이 작성한 ‘헤지펀드 전략, 세 가지 카테고리를 통한 롱숏’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현대건설 매수와 현대산업 매도, KT 매수와 SK브로드밴드 매도 등 특정 종목에 대한 매매 의견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한편 투자의견 하향 종목들의 연초 이후 주가 상승률은 시장 대비 1.5%포인트가량 낮다. 코스피가 전년 말 대비 9일까지 10.5% 오른 반면, 투자의견 하향 종목들의 평균 등락률은 9%로 집계됐다.

최재원 기자/jwcho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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