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이 4ㆍ11 총선을 앞두고 오랜 진통 끝에 대통합을 이뤘다. 반면 여권은 일부 탈락자들의 탈당과 연대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균열 조짐이 가시화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야권의 공천 반발 후유증도 크지만, 여권의 충격파는 훨씬 폭발력이 클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본격적인 ‘탈당 러시’가 시작됐다. 촉각을 곤두세웠던 김무성 의원은 12일 기자회견을 갖고 백의종군을 선언했지만 친이계의 탈당을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 의원은 “지금까지 이당 저당 옮겨가는 선배 정치인을 보면서 다시는 이런 정치가 돼선 안된다고 생각했다”면서“당의 뜻에 따라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또 “우파분열의 핵이 되지는 않겠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의 백의종군이 당내 미칠 파장은 아직 미지수다. 김 의원은 공천과 관련해, “피해를 본 분들이 억울하지 않게 해달라”고 밝혀, 공천의 문제점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또 “더 큰 정치를 하겠다”고 말해, 향후 그의 거취에 따라 영남권을 중심으로 한 보수진영의 세력구도가 변화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한편 공천에서 탈락한 친이계 재선 진수희 의원(서울 성동갑)도 “선택은 자명한 것 아니겠느냐. ‘나가라’ ‘쫓아내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진 의원의 탈당은 ‘친이 vs. 친박’ 간 공천 갈등을 확산시킬 것으로 보인다. 3선의 최병국(울산 남구갑) 의원도 이날 탈당을 공식 선언한다. 앞서 4선의 박종근(대구 달서갑), 이윤성(인천 남동갑) 의원, 허 천(강원 춘천) 의원도 모두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전여옥 의원은 박세일 대표가 이끄는 ‘국민생각’에 입당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탈당이 잇따르면서 국민생각과 자유선진당이 어느 정도 ‘세(勢)’를 결집할지 관심이다. 이들은 국회교섭단체(20석 이상) 구성을 목표로, 선진당 의석 15석에 국민생각의 새누리당 공천 탈락의원 흡수분을 더해 ‘20+α’를 노리고 있다. 친이계 탈당파와 국민생각ㆍ선진당 등이 결집된 제2의 ‘보수 신당’이 탄생할 가능성도 높다.
여권에선 보수 분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야권이 대통합을 이룬 상황에서, 여권이 흩어지면 과연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겠느냐는 비관론이다.
대선 잠룡으로 분류되는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CBS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새누리당 안에서 박근혜 위원장과 ‘비박(非朴)’이 연합해 나가는 게 바람직한데, 지금은 그런 정치력을 발휘 못해 답답하다”면서 “야권은 덧셈을 아주 크게 하고 곱셈까지 가려고 하는데 여권은 매일 뺄셈만 하고 있으니, 당연히 덧셈이 유리한 거 아니냐”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