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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 “인권침해 말리는 검사를 경관이 고소한 게 사건 진상”
뉴스종합| 2012-03-12 13:38
경찰 간부가 수사를 지휘한 검사를 직권남용과 협박 등 혐의로 고소한 사건이 검찰과 경찰의 자존심을 건 진실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해 진상 파악에 나선 검찰은 고소할 건이 안되는 무리한 수사란 입장이다. 경찰은 해당 검사의 혐의가 확실한 만큼 소환조사 등 수사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 갈등으로 대치해 온 양측이 이번 사건을 놓고 다시 한 번 힘겨루기를 하는 양상이다.

경남 밀양경찰서 정모(30) 경위는 지난해 9월 폐기물 5만여t을 농지에 불법 매립한 밀양의 폐기물업체 대표 P씨를 구속하고 수사를 확대했으나 당시 창원지검 밀양지청 소속이던 박모(38) 검사가 ‘수사를 확대하지 말라’고 협박하며 욕설로 모욕했다고 경찰청에 고소장을 냈다.

자체 진상조사에 나선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현재로선 박 검사에게 이렇다 할 혐의가 없으며 경찰이 무리한 수사를 편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12일 나타났다.

창원지검도 이날 공식 브리핑을 통해 “경찰관이 과잉표적 추적 수사와 인권침해를 빚었기에 검사가 이를 제지했으나 되려 고소를 당한 게 사건의 본질”이라며 “이런 진상을 파악하지 않은 경찰 수사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에 따르면 내막은 이렇다. 정 경위는 불법 매립 사건과 관련해 지역 신문기자와 폐기물업체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수차례 신청했다 기각됐고, 인터넷 비상장 주식사이트에 ‘피해자를 찾는다’며 해당 폐기물업체가 수사를 받고 있음을 실명으로 공개했다. 업체 측은 업무방해라며 정 경위 및 수사팀 전원을 창원지검에 고소하기에 이른다.

이에 박 검사가 정 경위를 불러 수사방법에 문제가 있으니 신중히 수사하라고 지적하는 과정에서 서로 언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 뒤 1월 말 피고소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정 경위가 2개월이 지난 2월 20일 갑자기 관할지역도 아닌 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한 것은 의도가 불순하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폐기물업체 대표가 범죄예방위원이라거나 지청장 출신 변호사가 선임됐다는 이유로 검사가 수사를 축소하도록 지시하거나 종용한 사실은 없었음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앞서 박 검사는 대구지검에 수사 축소 지시가 없었다는 내용이 담긴 경위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측은 이 같은 검찰 측 조사 내용이 고소 주체인 정 경위의 진술과 상당 부분 차이가 있다며 수긍하지 않고 있다. 박 검사 및 사무실 관계자 등에 대한 소환조사 등 정식수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조현오 경찰청장도 직을 걸고 수사하라며 강경 수사를 지시한 마당이다.

그러나 박 검사가 경찰의 소환 요구에 응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또한 해당 사건이 검찰에 송치되는 시점에서 양측 간 갈등은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검찰이 현재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혐의 없음’ 또는 ‘불기소’ 처리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12일 “어차피 이번 고소 사건도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아야 한다. 검찰이 판단해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각하 처분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이번 사건이 경찰 측의 ‘기획 고소’라는 추측도 제기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 논란 당시 경찰 입장을 지지해 온 경찰 출신 이인기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달 말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검찰에 소환 통보된 데 대한 ‘괘씸죄’였다는 것이다. 지난달 말 인사에서 대구지검 서부지청으로 이동한 박 검사는 당시 이 사건을 담당한 수사팀 일원이었다. 그러나 경찰 측은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조용직 기자/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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