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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 허무니 마음의 벽도‘스르르’
뉴스종합| 2012-03-14 08:13
“주차문제로 매일 저녁 동네가 시끄러웠죠. 담을 허물고 나서 이제 주민끼리 대화가 시작된 것만도 상전벽해 같은 변화라고 봅니다.”
서울 구로구 개봉2동에 사는 자영업자 구연군(63) 씨는 2010년 6월부터 3개월에 걸쳐 주택의 담을 허무는 공사를 벌였다. 2004년부터 서울시가 추진 중인 녹색주차마을사업(그린파킹사업)의 일환으로 시작한 이 공사가 끝나고 2년여가 지나면서 동네 분위기가 몰라보게 바뀌었다.
구 씨는 “개봉2동에는 다세대연립주택이 많아 처음에는 담을 허문다는 것이 선뜻 내키지가 않았다”며 “무엇보다 치안상의 문제가 걱정스러웠고 담이 없다는 데 익숙지 않은 이유가 컸다”고 말했다.
그러나 담을 허물자 동네 분위기가 변했다.
당장 담이 없어지면서 전신주 아래 몰래 내놓던 쓰레기도 줄고, 동네가 지저분해지면 주민봉사단이 다같이 동네 청소에 나서면서 주민 간 대면할 시간도 늘고 있다.
구 씨는 “담 허무는 것을 꺼리는 것은 이제껏 그런 경험이 없기 때문에 필요성을 아직 못 느끼고 있을 뿐”이라며 “동네가 밝아지면서 앞으로 동참하는 이가 더 늘 것”이라고 장담했다.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그린파킹사업이 마을 커뮤니티 형성에 일조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은 뉴타운사업의 대안으로 ‘마을공동체’를 제시했다. 주민 간 소통을 유도할 수 있는 구로구의 ‘트인 담장 열린 마을’ 사업이 주목받는 이유다.
구는 이성 구청장 지침으로 이달부터 신축되는 주택(공동주택 포함), 비주거용 건축물의 담장을 없애 이웃 사이를 가로막는 벽을 없애고 있다. 구는 이를 위해 건축허가 전 진행되는 건축위원회 심의단계에서 주민에게 담장을 없애는 방향으로 설득하고 있다.
신규 건축이 아닌 기존 주택의 경우에는 기존에 실시하던 그린파킹사업을 통해 ‘트인 담장 열린 마을’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주택의 경우 사생활 보호 등을 위해 부득이하게 담장을 설치해야 할 필요가 있으면 1.2m 이하의 낮은 투시형 담장이나 울타리 조경에 한해 허용하고 있다.
담장이 없어 생기는 주민의 안전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CCTV를 설치할 예정이다.
또 구는 주민이 자발적으로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국토해양부와 서울시에 ‘담장을 설치하지 않을 경우 조경면적 산정기준 완화, 부설주차대수 설치기준 완화, 건축선후퇴에 따른 용적률 완화’ 등의 법령 개정도 건의한 상태다.
이태형 기자/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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