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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못하면 文革 비극 또…” 원자바오의 ‘스완송’
뉴스종합| 2012-03-15 11:38
“정치개혁을 못하면 문화대혁명(1966~76년) 같은 비극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

중국 권력 서열 3위인 원자바오(溫家寶ㆍ70) 총리가 14일 전국인민대표대회(국회 격) 폐막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원 총리는 내년 3월 총리직에서 물러난다. 퇴임을 1년여 앞둔 총리가 세계의 이목이 쏠린 자리에서 중국 지도부가 금기시하는 문화대혁명까지 거론한 것은 메가톤급 폭탄이었다.

생중계된 이날 전인대 폐막 기자회견에서 그는 작심한 듯 직설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중국의 개혁ㆍ개방을 위해 마지막 숨이 붙어 있는 그날까지 분투하겠다”면서 개혁대상으로 정부와 공산당, 지도자 등 세 가지를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그는 정치개혁이 안되면 경제적 성과도 물거품이 된다면서 개혁 불가피론을 역설했다.

또 측근인 왕리쥔(王立軍) 충칭 부시장의 미국 망명 시도로 물의를 빚었던 보시라이(薄熙來) 충칭 시 서기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이름을 지명하지 않았지만 “반성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관련기사 8면

AP통신은 이 같은 원자바오의 행보를 ‘스완송(swan song)’에 비유했다. 스완송은 백조가 죽기 전 마지막 힘을 다해 부른다는 아름다운 노래다. 원 총리가 정계 퇴임을 앞두고 민감한 정치개혁 문제를 작심하고 꺼내들었다는 분석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10년간의 총리생활에 대해 “순탄치도, 평범하지도 않았다. 아직 못다한 일이 많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자신을 ‘멍에를 짊어진 늙은 말’에 비유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고도 했다.

그는 2003년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의 지원을 받아 후임에 올랐다. 당내 어떤 파벌에도 좌우되지 않고 국정을 돌봐야 한다는 주 전 총리의 주장에 따른 것이다. 그런 만큼 파벌에서는 자유로웠지만, 지지기반이 없어 고군분투한 경우가 적지 않다. 원 총리가 국제적 행사나 해외방문 시 정치개혁을 거론한 것도 직접 여론에 호소하기 위한 나름의 정치적 계산이었던 셈이다.

원 총리는 중국 최고지도부 가운데 가장 친근한 지도자로 꼽힌다. 탄광 광부와 만두를 함께 먹고, 지진현장에서 피해자의 손을 잡으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으로 중국인의 사랑을 받았다. 이날 개혁 불가피론 역시 ‘인민의 93.3%가 개혁을 지지한다’는 여론조사와 맞물려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한희라 기자/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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