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비호감된 월가 금융사들, 유력대학 인재 “다른 산업에 기생하는 금융계 안 가”
뉴스종합| 2012-03-16 10:04
한 때 미국 유력 대학 인재를 자석처럼 끌어들였던 월스트리트(이하 월가) 금융사들이 외면받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형 은행ㆍ헤지펀드사의 매력이 떨어진 영향도 있지만, 최근 금융사의 비도덕적 행위가 도마에 오르면서 취업하고 싶지 않은 비호감 직군으로 전락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5일(현지시간) 월가에 둥지를 틀고 있는 금융사의 취업설명회가 위기에 처했으며, 하버드 예일 등 내로라하는 대학의 많은 학생들이 금융계가 아닌 다른 업계로 취업 방향을 틀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형 투자회사 골드만삭스의 그레이그 스미스 파생상품 담당이사가 전날 사표를 던지면서 NYT에 골드만삭스를 통렬히 비판한 게 직격탄을 날렸다는 분석이다.

스미스는 특히 월가 금융사의 취업설명회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도 했다. 그는 “(취업설명회에서) 학생들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골드만삭스가 아주 훌륭한 직장이라고 말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학생들의 반응은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고액연봉을 위해 불나방처럼 금융사에 몰려들던 건 과거 얘기가 됐다.

최근 예일대를 졸업한 코리 핀리는 헤지펀드사인 브리짓워터어소시에이츠에 입사를 지원했지만 결국엔 극작가가 되려던 꿈을 쫓기로 했다.

그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금융사 취업에 끌렸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극작가가 자아실현을 하는 데 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봤고, 얼마 전엔 헤지펀드의 몰락을 담은 소설을 썼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생은 “금융계엔 언제나 불행한 사람들이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최근 학생들은 (금융계가)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걸 깨닫기 시작했다”고 했다.

텍사스 오스틴 경영대에 재학중인 벤 프루덴은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으면 월가가 아닌 IT업체에서 일하기로 했다”며 “다른 산업에 기생해 피를 빨아먹는 거머리같은 금융업계엔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가을, 예일ㆍ하버드대에서 열린 금융사 취업설명회 때엔 학생들이 시위까지 벌였다. 프린스턴대 학생들은 JP모건체이스와 골드만삭스 설명회를 방해하기도 했다. 탐욕스러운 월가 종사자들에 대한 반감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유력 대학 학생들의 이런 움직임인 중ㆍ고교생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취업시장에서 월가 금융계의 몰락은 IT 등 기술산업의 발달에 따른 측면도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한 컨설팅 업체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이 취업하고 싶은 직장 상위권에 올랐다. 금융업체 가운데 가장 순위가 높은 JP모건은 41위에 불과했다. 하버드 대학원생들의 지난해 금융계 취업비율은 17%로, 2008년의 28%에서 무려 10%포인트 이상 급감했다.

크리스 위긴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학생들이 월가에 몸담지 않고 다른 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도덕성을 의심받는 채로 돈을 벌길 원치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홍성원 기자@sw927>

hongi@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