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별
남의 안방서 펄펄…지금 PGA는 ‘유럽잔치’
엔터테인먼트| 2012-03-20 11:26
매킬로이·도널드 정상 다툼
美선수들 구경꾼 신세 전락

우즈·미켈슨 간판스타 부진
당분간 유럽파들 두각 전망


잔칫상 벌여놨더니 객들만 신났다. 타이거 우즈, 마크 오메라, 데이비드 듀발 등이 세계 랭킹 1위를 할 때까지만 해도 미국 골프계는 ‘1위는 미국 차지’라는 인식이 강했다. 만약 우즈가 휘청댄다고 해도 필 미켈슨, 스티브 스트리커 등이 그 자리를 메울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최근 미 PGA(남자프로골프)투어를 보면 당분간 미국 선수가 1위를 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0년말부터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 마르틴 카이머(독일), 루크 도널드(잉글랜드)가 1위를 돌아가며 차지하더니, ‘차세대 우즈’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까지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유럽 선수들의 세상이 온 것이다. 2주 전 매킬로이가 차지했던 1위 자리는 지난 19일 트랜지션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루크 도널드가 다시 찾아갔다.

세계 랭킹 톱10리스트를 보면 미국인들이 못마땅해 할만도 하다. 1~4위는 모두 유럽선수이며, 5위에 스티브 스트리커가 겨우 이름을 올렸다. 6위는 남아공의 찰 슈워철, 7위에 웹 심슨(미국)이 있지만 8~10위 역시 저스틴 로즈(잉글랜드), 애덤 스콧(호주), 제이슨 데이(호주)로 외국인 일색이다. 제노포비아(Xenophobia: 외국인 공포증)가 생길 만하다.

PGA투어가 외국인 그것도 유럽 선수들에게 점령당하는 양상은 올들어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과거에는 유러피언투어 선수들이 상금 규모가 큰 미 PGA투어에서 주로 활약했다. 그러나 2010년 이후 유럽선수들이 강세를 보이면서 유러피언투어를 주무대로 뛰었고 간간히 PGA투어를 골라서 출전했다. 유럽 선수들이 오거나 말거나 신경쓰지 않았던 PGA투어 측은 “15대회 이상 출전하지 않으면 시드를 유지할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래도 지난해 빅스타 중 PGA투어에 주력한 선수는 루크 도널드 정도에 불과했다.

스타가 안오면 속 터지는 건 PGA투어 측이다. 올해 매킬로이, 리 웨스트우드, 그래엄 맥도웰(북아일랜드)가 PGA투어에 주력하겠다고 하면서 투어 측은 반색을 했다. 우즈-매킬로이, 매킬로이-웨스트우드 등 다양한 흥행 빅카드를 만들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PGA투어에서 뛰는 유럽의 강자들이 우승컵을 가져가기 시작하면서 세계 랭킹 톱클래스를 점령하고 있다. 여기에 매킬로이와 도널드처럼 세계 정상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선수들이 서로에게 큰 자극을 주면서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있는 모양새다.

“우즈, 미켈슨이여 어서 부활하라.” 미국 골프계의 소리없는 외침이 들리는 듯하다.

김성진 기자/withyj2@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