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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시장마저…헤지펀드 놀이터 되나
뉴스종합| 2012-03-21 11:30
外人 3년물 국채선물 순매도
12만 계약 넘어…12조원대

단기수익 노린 투기적 거래탓
선물시장서 매도 강도 높여
현물시장이어 부작용 우려


주식시장이 외국인, 특히 헤지펀드들의 놀이터가 된 지는 꽤 오래다. 그런데 채권시장도 외국인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최근 헤지펀드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특히 ‘배수효과(leverage)’가 큰 파생시장에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채권시장은 경제의 가장 근본이 되는 금리와 직결되는 만큼 헤지펀드의 기승에 따른 부작용 우려가 크다.

올 들어 20일까지 외국인의 3년물 국채선물 순매도는 12만계약이 넘는다. 계약당 액면가 1억원을 적용하면 12조원이 넘는다. 특히 3월 들어서만 5만계약이 넘는 순매도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국채선물지수도 지난 8일 만기일 104.7에서 20일 103.5로 급락했다. 이는 현물시장에도 영향을 미쳐 같은 기간 3.48%이던 국고채3년물 금리는 3.6%까지 치솟았다. 문제는 외국인이 현물시장에서는 순매수를 하면서, 선물시장에서만 유독 매도 강도를 높인다는 점이다.

이유는 현물시장에서는 원화채권의 금리의 절대수준이 재정건전성 대비 다른 나라보다 높은 데다, 추세적인 원화강세 가능성도 높아 이자와 환차익을 노린 자금이 유입되는 반면 배수효과가 큰 파생시장에서는 금리상승 기대에 따른 단기수익을 노린 투기적 거래가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동준 동부증권 투자전략본부장은 “현물채권시장에서는 중장기 아시아통화 강세에 따른 각국 중앙은행과 자산운용사의 매수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는 반면, 레버리지가 높은 이자율파생시장에서는 헤지펀드 등 단기 투자자들이 중장기 인플레 우려와 통화완화 축소를 바탕으로 금리상승에 베팅(IRS-pay)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IRS-pay’란 금리스와프(IRS) 시장에서 고정금리를 지불하고, 변동금리를 수취하는 거래다. 보통 금리상승이 예상될 때 이 같은 거래가 늘어난다. 국채선물 시장에서는 금리상승이 예상되면 순매도, 금리하락이 예상되면 순매수로 대응하는 게 일반적이다. 금리스와프와 국채선물 등 파생시장에서는 금리변동분에 대해서만 수익이 발생하므로 현물시장 대비 투입비용 대비 수익효과가 크다. 시장변동에 따라 손실도 크게 나지만, 수익도 크게 발생한다는 뜻이다.

현재 세계적 금리상승의 징조는 유가상승과 미국과 유럽의 추가적인 유동성 공급 가능성 하락이다. 국내에서도 국고채3년물과 정책금리 간 금리차(spread)가 35베이시스포인트(bp)에 불과해 현 수준을 금리바닥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보편적이다.

한편 한국은행 정책금리는 2010년 하반기 이후 2%에서 3.25%로 높아졌지만, 국고채3년 금리는 3.9%대에서 3.6%대로 오히려 낮아졌다. 외국인의 공격적인 원화채권 매수가 이유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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