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이 사퇴했다. 석달 여간 비대위원으로 활동하며 수 차례 ‘사퇴 헤프닝’을 연출했던 그가 마침내 결단을 내린 것이다.
22일 김 비대위원은 사퇴를 공식 발표했다. 이달 초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사퇴의 뜻을 전한 가운데, 당이 비대위에서 선거대책위원회로 무게 중심을 옮겨가자, 결행에 옮긴 것이다. 김 비대위원은 박 비대위원장에게 “총선 선거대책위가 출범하면 쉬고 싶다”며 “선대위가 출범하면 비대위가 뒤로 빠지게 되는 만큼 선거가 끝난 뒤 다시 돕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도 김 비대위원의 사퇴를 예정됐던 수순으로 해석했다. 비대위 합류 초기부터 ‘정체성’을 두고 당 내 인사들과 심한 마찰을 빚어왔던 만큼, 비대위 역활이 종료된 현 시점이 사퇴의 최 적기라는 판단이다.
김 비대위원은 비대위에 합류한 직후인 올해 1월, 친이계 의원들과 정강정책을 놓고 신경전을 펼치면서 “1월 말까지 상황을 보고 비대위 취지에 합당한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판단이 서면 시간을 끌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며 사퇴의 배수진을 친 바 있다.
또 이재오 의원의 공천을 핵심으로 하는 지난달 말 1차 공천 명단 발표 직후에도 “더 이상 정책쇄신에 대해 특별한 아이템도 더이상 없는 것 같고, 결과적으로 비대위의 기능도 거의 다 되지 않았나 판단한다”며 “내 소임은 이것으로 끝을 내는 것으로 한다”며 한동안 출근을 거부하기도 했다.
이 같은 김 비대위원의 사퇴 배수진 전략은 새누리당의 정강정책에서 ‘보수’라는 단어를 삭제하고, 또 2, 3차 공천에서 수도권 친이계 의원들의 대거 탈락이라는 성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한편 김 비대위원의 사퇴로 새누리당 비대위도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상당수 비대위원들은 박 위원장과 함께 본격적인 총선 지원에 나설 것으로 정치권에서는 전망했다.
<최정호 기자@blankpress> 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