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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훈에게 배우는 이대호 생존전략
엔터테인먼트| 2012-03-30 11:18
고등학교 시절로 기억된다. 당시 일본 프로야구 선수였던 재일 한국인 ‘장훈’(일본명:하리모토 이사오/張本勳)을 소재로 한 라디오 드라마가 절정의 인기를 누렸었다.
박진감 넘치는 경기장의 현장음은 일순간 침묵으로 변한다. 역전의 기로에 선 장훈. 찰나의 긴장감으로 마른침이 기도를 타고 흐를 즈음, 돌연 캐스터의 목청이 터질듯이 흥분을 한다. 이어 “홈런입니다. 홈런, 우리의 자랑스러운 한국인 장훈이 기어코 역전시켰습니다.” 그 순간 얼마나 후련하고 통쾌했는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일본인으로 귀화하지 않고 끝까지 한국인의 신분을 유지케 한 어머니의 고결한 조국애, 동생의 성공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뒤로 하고, 불철주야 뒷바라지를 마다하지 않은 진한 형제애, 재일 한국인을 조센징이라 칭하며 핍박하는 주류 일본인에게 강인한 정신과 오직 실력으로 정상에 우뚝 선 승부사 장훈의 올곧은 야구 인생은 청소년기의 학생에게 ‘조국이란 무엇인가’를 생각케 했다.
그는 23년간 프로야구무대에서 통산 안타 3085개와 타율 3할1푼9리라는 대(大)기록을 세운 주인공이다. 그에게 있어 불행과 불운은 언제나 친한 친구처럼 동시에 찾아오는 공생관계였다. 하지만 역경과 좌절을 딛고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옳다고 결정한 일에 매번 ‘정면승부’를 감행했기 때문이다.
30일 일본프로야구가 개막했다. 시선은 오릭스 버펄로스로 이적한 이대호의 활약 여부에 쏠린다.
전문가들은 몸쪽 공에 대한 대처능력을 키우면서 오밀조밀한 데이터 야구를 추구하는 일본 스타일에 빠르게 적응하라는 한결같은 지적이다. 한 가지를 덧붙이고 싶다. 정신적인 면을 강조하고 싶어서다. 무엇보다 일본야구는 기선 제압이 중요하다. ‘일 고수 이 명창’처럼 한수 위라고 생각하면 일본인은 오차없이 존경심을 표한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해법이 멀리 있는 것만은 아니다. 바로 장훈의 야구철학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야구란 ‘신사들이 펼치는 정직한 사투(死鬪)’라고 한마디로 일갈했다. 더 없는 공감의 산물이다. 이제 멀리 보고 높게 나는 부산 갈매기의 멋진 날갯짓을 신나게 지켜볼 때다.
칼럼니스트/aricom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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