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핵정상회의로 딴 점수.. 사찰파문으로 쪽박 ..
뉴스종합| 2012-03-31 10:35
새누리당에 ‘안보 카드’를 안겨줬던 핵안보정상회의가 민간인 사찰 파문으로 폐막 즉시 좌초했다. 한국판 워터게이트 사건 앞에 미국과 맺은 ‘선거 동맹’(?)이 힘을 발휘하기도 전에 무참하게 무너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4일부터 29일까지 엿새동안 무려 24개의 정상회담을 소화했다. 청와대는 모든 정상회담이 끝난 후 “정상외교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대통령께서 식사도 하지 못할 정도로 바쁜 일정이어서 개인적으로 죄송했다” “대통령의 휴식시간을 통계 내보니 일 평균 25분 뿐이 안됐다”며 자화자찬하기 바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대통령은 24개 국가 및 국제기구와 정상회담을 펼치면서 무려 16개 국가로부터 북한의 로켓 발사 철회 촉구를 이끌어 냈다. 이번 핵안보정상회의의 주요 재료도 아닌 부재료 ‘북한’으로 만족할 만한 음식을 요리한 셈이다.

외신에서 “북한이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를 납치(kidnap)했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계획이 핵안보정상회의에 그림자를 드리웠다”는 평가를 내놓았을 정도이다.

새누리당은 청와대의 ‘안보 카드’에 색깔론을 덧입혀 보수세력 결집에 나섰다. 아직 표심(票心)을 결정하지 못한 중도 보수층을 끌어 들이려고도 애썼다. 핵안보정상회의가 ‘북한판 북풍’(北風)이 낙동강에서부터 밀려오는 야풍(野風)에 힘을 싣지 못하도록 하는 차단막 역할을 했던 셈이다.

하지만 청와대의 ‘안보 카드’도 불과 몇일 만에 용도 폐기되는 모양새다. 대내적으론 북한의 ‘광명성3호’ 보다 몇 십배의 위력을 가진 ‘민간인 사찰파문’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며 한국판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변질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민간 사찰 문건엔 청와대의 개입을 암시하는 ‘BH’가 뚜렷히 적혀 있다.

민주통합당 등 야당은 즉시 “대통령 하야”까지 언급하며 대 정부 공세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정작 청와대는 변변한 응대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는 일단 모든 공을 총리실과 검찰에 떠넘기고 있다. 한꺼번에 퍼붇는 소나기가 지나기만을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선거용 핵안보정상회의’는 미국도 마찬가지 모양새이다.

핵안보정상회의는 사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작품이다. 핵안보로 노벨평화상까지 받은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방한 기간 동안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비무장지대(DMZ)에도 가고, 한국외대에서 25년전 레이건의 베를린 연설을 연상케 하는 통일연설로 청중을 매료시켰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과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도 개별 정상회담을 펼치며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했다.

하지만 오바마는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회담 이후 마이크가 켜진 줄도 모르고 “11월 대선이 끝나면 미사일 문제를 두고 협상할 ‘여지(room)’가 더욱 커진다”고 말한 것이 생중계돼 공화당으로 부터 오히려 역풍을 받고 있다.

‘핵안보정상회의’가 의도했든 아니든 한국과 미국에서 모두 ‘선거용 카드’로 작용했지만, 제 효과를 내기도 전에 용도폐기된 셈이다.

한석희 기자/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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