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써니’에서 ‘건축학개론’까지…인기몰이 비결은
90년대 학번 대학시절 향수 자극
생산·소비 주축 F세대 공감 자아내
요즘 40대 직장인 남성들이 갖는 술자리에선 영화 ‘건축학개론’이 으뜸 안주거리다. “딱 내 얘기”라며 “내가 사랑했던 여자도 그랬다”고 누가 운을 떼면 “나는 어땠는 줄 알아? 우린 춘천가서 말이지…”라며 또 다른 누군가가 말을 받는다. 첫사랑의 실패에 대한 자괴감을 속어로 표현한 영화 속 대사를 빌자면 “내가 만난 쌍X들”의 연대기부터 대학 신입생 시절의 수업과 엠티, 한강 지류의 어느 기차역에서 있었던 데이트까지 옛사랑의 추억담도 줄을 잇는다. 십수년 후 다시 만난 대학 신입생 시절의 두 남녀 이야기를 다룬 ‘건축학개론’이 입에서 입으로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며 새봄 극장가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3월 22일 개봉해 2주 연속 주말 흥행순위 1위에 오르며 지난 1일까지 누적관객 160만명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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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문의 진원지로는 단연 30대 후반~40대 초반의 남녀 관객들이 꼽힌다. 90년대 중반에 대학에 입학한 극 중 주인공과 비슷한 연령대의 관객들이다.
요즘 한국영화에서 3040세대의 옛 시절, 1980~90년대의 풍경을 다룬 작품들이 연이어 흥행작으로 뜨고 있다. 주로 90년대 초ㆍ중반에 대학을 다녔던 이들이 극 중 주인공이다. ‘써니’가 30대 후반~40대 초반 여성들의 80년대 여고생 시절을 그려 인기를 끌었고, ‘댄싱퀸’의 주인공 황정민과 엄정화는 90~91학번으로 설정됐다. 90년대에 찬란한 20대를 보낸 이들의 정서와 내면의 풍경을 그렸고, 실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당시의 모습이 스크린에 고스란히 재현된 작품들이다. ‘위험한 상견례’ ‘퍼펙트 게임’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도 장르는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지금의 3040세대들에게 익숙한 영호남 지역감정이라든가 프로야구의 전설적인 스타, 노태우정권의 범죄와의 전쟁 등을 다뤘다. 현재 영화의 주소비 연령층인 10대 후반~20대들에겐 낯선 화제들이다.
최근 영화의 흥행 견인차로 나선 30대후반~40대 초ㆍ중반의 세대는 베이비부머세대(1955~1963년생)와 386세대 뒤이어 등장했고, 88만원세대보다는 앞선 이들로 ‘잊혀진 세대’, F세대로 불린다. 이들은 현재 대중문화의 생산과 소비에서 주축이다. 감독들도 F세대, 콘텐츠도 F세대의 정서,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주머니를 여는 관객도 F세대인 한국영화들은 그 증거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