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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규 연예칼럼] 한국에는 사생팬, 미국에는 시민 파파라치가 있다
엔터테인먼트| 2012-04-02 13:28
연예인 숙소 앞에서 하루일과를 시작하는 사생팬(스타의 사생활을 쫓아 따라다니는 팬)들은 스타의 행적을 일일이 조사하고 주민번호까지 도용해 사고를 치고 있다. 심지어는 하루동안 영업용 택시를 렌트해 4명 1개조로 4~5대의 택시들이 스타의 차량을 뒤쫓고 추적한다.

택시기사들도 사생팬들이 주문한 미션을 수행하기에 진땀을 흘린다. 설령 스타차량을 놓치기라도 하면 하루 렌트비용의 2/3밖에 못받기 때문이다.

사생팬들이 한달동안 연예인을 쫓아다니는데 쓰는 택시비만 대략 100만원. 이돈을 벌기위해 알바를 하고 노숙까지 하며 스타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파헤치려 한다.

최근 JYJ가 사생팬 욕설과 폭행사건으로 한바탕 곤욕을 치른 것도 자유와 사생활 침해를 벗어나려는 스타들과 이들에게 다가서기 위한 욕망이 지나친 팬들과의 마찰로 볼 수 있다. JYJ가 팬들을 향해 욕설과 과격한 행동을 한 점은 분명히 잘못되었지만, 한편으로 프라이버시를 침입하고 인권침해도 서슴지 않았던 사생팬들의 병적인 몰입은 정보소통공간이 확대되면서 더욱 위협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스마트폰, SNS, 카톡 등 IT 테크놀러지의 발달로 사생팬들의 상호간 의사소통은 더욱 용이해졌고 과거에 은폐되었던 사생팬들은 하나둘씩 그 모습을 드러내며 더욱 과격한 행동을 일삼고 있다. 



무명에서 스타가 되고나면 팬층이 두터워지고 항상 카메라앞에 밝고 긍정적인 모습만 보여주어야 한다. 하지만 팬들은 그 이면의 일상적 고민과 고통을 간과하기 마련이다.

지난 22일 장근석과 소녀시대 윤아가 출연하는 KBS 드라마 ‘사랑비’의 제작발표회에서 뜻밖의 소동이 벌어졌다.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입장하려한 B씨와 행사 관계자 사이에 말다툼이 벌어진 것이다. 결국 B씨는 기자를 사칭한 장근석의 사생팬으로 밝혀졌다. 스타를 만나기 위해 이제는 기자사칭까지 하며 그들에게 접근하고 있다.

사생팬들은 한밤중에 멤버들 숙소에 몰래침입하거나 스타의 잠든 모습을 찍어대고 얼굴에 뽀뽀를 하기도 한다. 이렇게 찍힌 사진들은 SNS와 블로그에 올려져 사생활이 고스란히 노출된다.

문화적으로 우리와 가장 친숙한 할리우드는 사생팬이 있을까?

미국은 양상이 좀 다르다. 스타의 사생활을 쫓아 따라다니는 팬보다는 파파라치가 스타들에게 무엇보다 공포의 대상이 된다.

미국 파파라치는 할리우드 배우 브래드 피트의 전신 알몸사진을 찍어 언론사에 팔고 돈을 벌기도 할 만큼 애증보다는 금전때문에 해킹한다.

이러한 고충을 겪은 할리우드 스타들은 파파라치에게 주먹질을 하며 욕설을 퍼붓지만 파파라치의 카메라 셔터소리는 쉴새없이 울리는 장면을 화면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파파라치 전문 인터넷 사이트 ‘미트 더 페이머스’는 전 국민의 파파라치화 슬로건을 내세우며 고수익을 벌수 있다고 종용한다.

심지어는 파파라치가 짭짭한 아르바이트로 청소년들에게도 어필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는 좀 다르게 스타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인터넷에 제보하는 스토커라는 사이트도 인기다. 구글맵과 연동한 이 사이트에는 남자스타 아무개가 뉴욕의 모 레스토랑에서 한 여자와 식사를 하는 모습이 목격됐다는 식의 제보다.

미국에서는 스타를 찍은 사진이나 확실한 정보를 돈을 주고 사는 것은 비일비재하다. 미국 타블로이드나 연예잡지를 보면 정보의 희소가치로 액수가 바뀌기도 한다.

반면 한국에서는 스타들의 성형사진, 졸업사진, 데이트 사진 등을 블로그에 올리고 공유하면서 가십거리를 만든다. 미국처럼 돈을 벌기 위해 언론사에 내다파는 행태나 파파라치 문화는 대중화 되어 있지 않다.

한국의 사생팬, 미국의 파파라치는 그 목적과 행동양식이 다르지만, 스타의 사생활을 침범하고 인권을 파괴하는 독특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특히 차량 GPS 장착이나 주거침입 등은 사생활 침해 및 명예훼손으로 검찰에서도 엄중히 처벌해야할 사안이 맞다. 그러나 스타 역시 법적조치를 취하지 않고 사생팬에게 욕설을 하고 폭행을 하는 모습 등도 각성해야할 구석이다.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법적조치는 뒤로한 채 똑같이 맞불을 놓는 것 역시 성숙한 스타의 자세가 아니다. 대부분이 청소년인 사생팬 역시 사춘기라는 혼란 속에서스타를 사랑하는 최소한의 책임의식을 지닌 행동이 절실하다.


사진=이호규 한국예술종합전문학교 홍보팀장
-문화콘텐츠학과 박사과정
-한국전문기자협회 전문위원

이호규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hoseo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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