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대형이슈 부재로 ‘바람’ 보다 ‘인물’…쏠림현상 사라지나
뉴스종합| 2012-04-03 11:30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야권의 대대적인 대(對)여 공세에도 불구하고 8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은 눈에 띄는 변화없이 여야 간 초박빙 안개 판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 정부의 실정과 사찰에 대한 구체적 정황이 드러나긴 했지만 “노무현 정부도 예외가 아니다”는 청와대와 여권의 역공, 정치공방에 대한 유권자의 염증과 기성 정치권을 향한 양비(兩非)론, 8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 변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불법사찰 문건을 최초로 공개한 KBS 새노조와 야권에서 관련 문건을 추가 공개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불법사찰 이슈가 총선 막판 ‘태풍의 눈’이 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서울 총선 판세가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새누리당이 강남벨트를 중심으로 10여곳, 민주당이 강북 10여곳에서 우위를 점했지만 나머지 20여곳은 오차범위 내 박빙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불거진 민간인 불법사찰 논란도 아직까지는 표심의 쏠림을 가져오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3일 지상파 방송3사가 발표한 서울 21개 지역 여론조사 결과 오차범위 내 박빙 다툼을 이어가고 있는 곳이 11개 지역에 달했다. 종로와 중구, 광진갑, 동대문을, 노원갑, 서대문갑, 영등포갑과 을, 송파병 등이다. 

이 중 상당수는 당초 민주당 또는 새누리당의 절대 강세가 예상됐던 곳이었지만, 이번 조사에서 오차범위 안으로 격차가 줄어들거나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나꼼수’ 김용민을 전략투입한 노원갑, 강남 속에서 유일하게 민주당이 20년 가까이 승리를 이어갔던 송파병에서는 새누리당 후보의 기세가 무서웠다.

반면 홍준표 전 대표가 4선 도전에 나선 동대문을, 현직 사무총장이 역시 4선을 노리는 영등포을 등에서는 민주당이 약진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앙당 차원의 구도, 바람 대신 지역구별 인물 경쟁력이 표심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결과다.

이에 따라 정치권과 각당에서는 과거와 같은 한 쪽의 ‘싹쓸이’ 현상이 이번 총선에서 재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8대 48개 지역구 중 40개에서 한나라당이, 반대로 열린우리당이 32개 지역구를 휩쓸었던 17대 총선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는 의미다.

오히려 한나라당과 새천년민주당이 각각 17개와 28개씩 나눠 가진 16대 총선이나, 신한국당과 새정치국민회의가 27개와 18개 의석을 나눈 15대 총선과 비슷한 모습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전체적으로는 강북을 중심으로 민주당이 서울 1당을 가져가는 가운데, 강남벨트에 기반한 새누리당이 초접전 싸움을 펼치고 있는 강북지역 몇 곳에서 승리를 거두느냐에 따라 최종 의석 수가 판가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19대 총선을 8일 앞두고 전국에 장맛비 같은 봄비가 내린 3일 ‘정치1번지’로 통하는 종로구에 출마한 후보의 선거벽보가 나란히 붙어 있는 거리를 초등학생이 무심히 지나가고 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여야가 17개와 28개를 나눠 가진 16대 총선과 유사한 결과를 보일 것이라는 뜻이다.

한편 최근 불거진 불법사찰 문건 논란은 지난주 말(3월 31일~4월 1일) 실시된 이번 여론조사에 큰 변수로 작용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문건 공방이 야당의 일방적 공세에서 과거ㆍ현 정권 인사 간 ‘네 탓’ 공방으로 흘러가면서 기존의 여야 판세가 그대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혜훈 새누리당 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은 문건 폭로와 총선의 상관관계에 대해 “아직 알 수 없다”며 “과거에는 상대에게 타격을 입히고자 했던 정치공작이 역풍을 맞는 일도 많았다. 이번에는 결론이 어떻게 날지 봐야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야권의 한 관계자도 “야권의 초기 대응이 아쉬웠다. 새누리당의 프레임에 말려든 분위기”라며 야권의 호재를 총선 표심으로 이어가지 못한 전략적 실수를 인정했다.

다만 앞으로 남은 8일간 사찰파문의 추이에 따라 서울 총선 결과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데는 정치권 모두 공감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에서 우려하는 초원복국집 사건 때 같은 여권 지지층 결속력 강화로 이어질지, 친야 성향 젊은 유권자의 투표 열풍으로 이어질지에 따라 서울지역 총선 판세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사태 추이가 어느 쪽에 유리하게 흘러갈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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