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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빠진 관악을 ‘3파전’… ‘24년 野性깨질까’
뉴스종합| 2012-04-04 09:10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중도탈락한 서울 관악을(乙)은 3파전이 치열하다. 24년 동안 ‘범민주당계’가 지켜온 아성이 흔들리고 있는 것. 서울대를 끼고 있는 야당(野黨)세가 강하고 호남 출신 인구가 많은 이 지역에서 민주당은 국회의원ㆍ구청장을 휩쓸어왔다.

하지만 야권단일화 경선에서 각종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지금은 오신환 새누리당 후보와 이상규 통합진보당 후보 그리고 현역의원인 김희철 무소속 후보간 치열한 3파전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3번의 여론조사에서 세 후보가 한번씩 1위를 나눠가지면서 이러한 분위기에는 불이 붙었다.

3일 관악을은 이른 아침부터 선거 열기로 가득했다. 평소에도 유동인구가 많은 신림역 사거리 일대는 비가 내리는데다 빨강ㆍ노랑ㆍ보라색 우의를 입은 각 후보의 운동원까지 자리하며 입추의 여지없이 빼곡했다.

먼저 만난 사람은 이상규 후보였다. 야권단일후보 운동원들의 지지를 등에 업은 이 후보는 “역사 안에서 편하게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면서 홀로 출입구 앞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었다. 그는 “저를 ‘대타’ 혹은 ‘낙하산’이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그런 분들에게 저를 ‘구원투수’라고 소개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정권심판론과 야권단일후보를 강조했다. 그는 “당의 부름, 위기에 빠진 야권연대를 성사시키라는 국민적 요구를 받들어 왔다. 이정희라는 감동과 진심의 정치인이 사퇴한 것이 화제가 돼 그 뒤를 이을 사람이 누군가 호기심이 증폭된 것도 인지도를 저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덧붙였다.

신원시장에서 만난 오신환 후보는 여당후보지만 사실상 야당후보나 다름없었다. 오 후보는 상인들에게 “이제는 바꿔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24년간 국회의원이 한번도 안바뀌었다. 전라도 광주도 바뀌어 가는데 바꿔보고 일 잘못하면 또 바꾸고 해야 국민이 행복해지지 않겠나”며 박수를 받았다.

오 후보는 젊음(71년생)과 현장 경험을 강조하고 나왔다. “관악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나왔다. 7대 서울시의원도 지냈고, 구청장 후보로도 나선 바 있다”면서 “관악의 현안사업을 누구보다 잘 알고, 젊은 열정으로 이를 추진하겠다”며 자신을 소개했다. 한 상인은 “잘생긴 사람 또 왔네. 이번엔 바뀔거야”라며 그를 격려했다.



현역의원으로 민주당을 탈당, 무소속 출마를 강행한 김희철 후보는 측근들도 행방을 잘 모를 정도로 민생 탐방에 집중하고 있었다. 관악구청장 재직시절 얻은 ‘청소구청장’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현지 행보에 더욱 주력하는 모습이다. 만나는 상인들마다 “김 의원이 평소에도 한 달에 두번씩은 꼭 찾아온다”면서 그의 열정에 혀를 내둘렀다.

김 후보는 검증된 능력과 추진력을 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저는 관악구청장 8년과 국회의원 4년을 통해 국회의원으로 능력을 검증받았다. 또 강한 추진력으로 도림천 수해대책 수립, 조원동 강남아파트 등 정비사업의 정상추진 등 관악발전을 위한 성과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후보에 대해서 “여론조사 조작 때문에 문제가 일어났는데 은평을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던 이 후보가 나온 것은 국민과 관악구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세 후보를 바라보는 시민들 의견도 엇갈렸다. 신원시장에서 의류상가를 운영하는 박모(67)씨는 “민주당이 여기서 참 오래했다. 물도 고이면 썩듯이 한번 싹 갈아줘야 정치인들도 국민을 봉으로 생각하지 않고 열심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전성(49ㆍ회사원)씨는 “김 후보가 억울한 면이 있다. 야권후보 양쪽을 놓고 고민 중인데 이러다가 새누리당 후보가 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고 조희영(31ㆍ회사원)씨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은 지난 5년간 너무 힘들었다. 이 후보가 야권연대의 상징적 인물로 적임자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양대근ㆍ김성훈 기자/bigroot@heraldcorp.com



<관악을 여론조사 지지율 추이>

3월 25일 오신환 14.4 이상규 22.9 김희철 28.0(한겨레신문)

4월 2일 오신환 22.2 이상규 26.1 김희철 32.8(KBSㆍMBCㆍSBS)

오신환 30.4 이상규 33.1 김희철 30.7(국민일보)

오신환 32.9 이상규 31.3 김희철 24.0(손석희의 시선집중)



▶오신환(새누리당) = ▷서울(41)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박사과정 ▷서울문화재단이사 ▷7대 서울특별시의회 의원

▶이상규(통합진보당) ▷춤북 제천(47) ▷서울대 법대 ▷민주노동당 정책위 부의장 ▷한명숙 서울시장후보 선거대책본부장

▶김희철(무소속) ▷전북 고창(64) ▷건국대 행정학과 박사 ▷민선 2, 3기 관악구청장 ▷18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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