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민주 후보들, 박원순에 ’소심한 반기?’
뉴스종합| 2012-04-04 09:53
서울에 출마한 통합민주당 소속 후보들이 ‘박원순 반기들기’에 나섰다. 총선 직전 민주당에 입당한 박원순 시장의 정책 기조와 반대되는 지역개발 추진을 대거 공약으로 대거 내건 것. 이들 중 일부는 박 시장과 친분을 강조하며 “우리 지역만큼은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공약(空約)성 발언까지 쏟아냈다.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용산 조순용 후보의 공약에는 ‘청파, 서계, 원효로 일대 개발 추진’이 있다. 원효로는 ‘용산 사태’가 일어났던 곳으로 박 시장은 취임 직후 관련자 사면을 건의하고, 이 일대 개발 계획의 전면 재수정을 시사한 바 있다.

용산과 한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동작갑에 출마한 전병헌 후보의 선거 공보에는 “한강 예술섬 주민의견 수렴 및 재추진”이라는 문구가 들어있다. 한강 예술섬은 오세훈 전 시장이 노들섬에 만들고자 했던 오페라하우스가 핵심이다. 박 시장은 이곳에 오페라하우스가 아닌 주말 농장을 만들 계획을 시사한 바 있다.

강서구에서는 마곡 지구가 뜨거운 감자다. 강서갑과 을에 각각 출마한 신기남, 김효석 민주당 후보 모두 LG그룹의 R&D센터를 축으로 하는 마곡 지구의 개발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이곳에 입주할 예정인 LG그룹은 다소 난감한 표정이다. 박 시장이 취임 이후 마곡 지구 개발 규모를 대폭 축소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지난 3일 뒤늦게 마곡 산업단지에 연구단지 조성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LG그룹 컨소시엄을 선정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썩 우호적이지 않다. 회사측은 “당초 신청한 면적만큼 분양이 이뤄지지 않아 많은 아쉬움이 있다”며 사업 차질을 우려했다. 논과 밭이 대부분인 이 지역을 ‘미래 유보지’로 남겨두겠다는 서울시의 새 정책 기조에 변화를 요구한 셈이다.

뉴타운으로 대표되는 재건축 활성화 약속은 민주당 서울 출마자들의 대표적인 ‘반 박원순’ 공약이다. 강서을의 김효석 후보는 “마곡지구의 임대아파트 비율을 축소하겠다”며 박 시장의 임대 비중 확대 방침에 정면 반발했다. 목동아파트 단지를 끼고 있는 양천갑의 차영 후보도 “목동아파트 재건축 ‘주민참여비전위원회’를 결성해 시장의 뜻에 흔들리지 않고 개발하도록 하겠다”고 치고 나갔다. 강남갑의 김성욱 후보 역시 “주민의 경제적 이익 손실이 없도록 서울시와 협의하고 노력하겠다”며 박 시장 취임 이후 지지부진한 한강변 아파트 재건축 민심 다독이기에 바빴다.

성동갑의 최재천 후보도 “민주통합당 박원순 서울시장과 시의회를 통해 기반시설 설치부담금 완화책 실시 및 용적률 상향 적극 검토”라며 박 시장을 설득해 정책 수정을 이끌어내겠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이 같은 민주당 후보들의 ‘반 박원순’ 공약에 서울시도 난감한 모습이다. 1호선 지상구간 지하화를 공통 공약으로 내걸고 서울시를 단체 방문했던 민주당 후보들과 만난 박 시장이 “관계부서로 하여금 검토하도록 하겠다”며 즉답을 피한 것이 좋은 예다. 새로 만드는 것 보다 더 많은 돈이 들어가는 기존 구간 지하화라는 공약을, 같은 당 소속 출마자들이 요구했다는 이유만으로 받아줄 수 만 없는 현직 시장의 난처함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최정호 기자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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