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중립 지키는 일…벼랑끝 걷는 심정”
뉴스종합| 2012-04-12 11:02
역사 바꾸는 선거 공정성 확보 최선
“퇴임전 통일된 남북 민주선거가 소망”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선거는 국민의 힘이 가장 확실히 드러나는 자리입니다. 선거관리는 평생을 바쳐도 아깝지 않은 일이죠.”

30년의 공직인생 전부를 선거관리 업무로 보낸 장기찬(55·사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보관은 4ㆍ11 총선 준비로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데도 중책을 맡았다는 자긍심이 대단했다.

장 공보관의 첫 경험은 1985년 치러진 제12대 2ㆍ12 국회의원 총선거였다. 독재정권 시절 치러진 2ㆍ12 총선은 여당인 민주정의당이 전국구까지 포함한 의석수에서 앞서긴 했지만 야당이 지역구에서 과반수 의석을 확보, 사실상 야당의 승리라는 평가를 받았다. 


장 공보관은 당시를 회상하며 “선거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없었는데 2ㆍ12 선거를 겪으면서 선거가 시대를, 역사를 바꾼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장 공보관은 이어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그해 12월 16일 치러진 제13대 대통령선거 때 분출된 국민들의 선거와 투표에 대한 열망을 보고 평생 선거관리 업무에 전념하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고 한다.

장 공보관은 어려움도 토로했다. 4ㆍ11 총선 준비를 위해 장 공보관뿐 아니라 직원 모두가 한동안 야간근무와 휴일근무를 피할 수 없었다. 선거 당일이 임박하면서는 출퇴근 자체가 사치스러운 단어가 돼버렸다. 대다수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살다시피 했고 장 공보관도 가족들과 떨어져 생활해야 했다. 잦은 여론조사와 선거운동 소음과 같은 선관위 업무와 상관없는 일 때문에 욕설이 섞인 항의전화도 하루에 수천건에 달했다.

그러나 장 공보관이나 직원들을 가장 힘들게 한 것은 선관위가 특정 정당에 유리하게 하기 위해 투표소를 대거 변경했다는 등 괴담 수준의 낭설이 나돌 때였다고 한다. 장 공보관은 “선관위 역할은 운동경기 심판과 비슷합니다. 객관적으로 경기 흐름을 순조롭게 끌고 가려하지만 상대방이 있다 보니 불만이 끊이지 않죠. 늘 벼랑 끝을 걷는 심정입니다”고 말했다. 장 공보관은 인터뷰 내내 선거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도 둘째도 중립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선거관리에는 보수도 진보도, 좌도 우도 있을 수 없습니다. 국민들과 후보자들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있을 수 있겠지만 선관위의 중립성에 대해서는 믿어주셔도 좋습니다.”

개인적인 소망에 대해 장 공보관은 “실향민인 아버지의 소원이기도 했다”면서 “퇴임 전에 남북통일이 돼 하나된 남북한의 민주선거를 관리해보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shindw@heraldcorp.com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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