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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음식점 봄철 위생점검 해봤더니…‘세균 덩어리’
뉴스종합| 2012-04-23 07:54
도마 대장균 기준치 285배…플라스틱 도마 써야 세균 억제

[헤럴드경제=윤현종 기자]“손 깨끗이 씻으셔야 합니다”, “저 그을음 빨리 닦아내세요” 감시원들의 눈길은 매서웠다.

서울시는 최근 ‘김밥, 샌드위치 취급 음식점 봄철 위생점검’을 실시했다. 이번 점검은 나들이철을 맞아 시민들이 야외에서 주로 즐겨먹는 김밥, 샌드위치 전문 100개 업소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각 자치구의 위생과 담당직원과 소비자연맹, YWCA 등 시민단체 출신 소비자식품위생감시원 2명이 한 조를 이뤄 총 20개 조, 60명이 투입됐다.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유착관계 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각 자치구 직원들은 관할지역이 아닌 곳에 배치돼 점검에 나섰다. 서초구를 맡게 된 강남구청 공무원 등 3명과 함께 헤럴드경제 취재진은 김밥 및 샌드위치 전문점 5곳을 불시에 살펴봤다.


이번 점검은 민관합동이라는 성격을 띤 만큼이나 민간 감시원들의 역할도 중요했다. 한국소비자연맹에서 나온 정선애(47)씨 등 2명은 위생점검 경력이 3~5년차인 ‘베테랑’들이었다. 이들 손엔 검사대상 식품을 수거하는 냉장박스와 ‘ATP’라 불리는 측정기가 들려있었다. ATP기기는 위생상태 모니터링 계측 장비로, 미생물의 증식인자가 될 수 있는 유기물의 오염도를 신속하게 검사하는 최신기기다. “간이검사기기이긴 하지만 측정 기준치를 넘으면 유해세균도 많다는 걸 알 수 있다”고 강남구 위생과 정해자 주무관이 설명했다. 그는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조리종사원과 주방의 청결상태 및 해당 음식점의 영업신고서 게시 또는 보유여부, 조리종사자의 보건증 소지여부 등 위법사항 점검” 이라고 말했다.

오전 11시, 점검원들이 A김밥집에 들어섰다. “위생점검을 나왔다”는 말에 사장 정모(60)씨는 “ 지난번에도 단속 나왔는데 또냐? 그때 다 정상으로 나왔는데…”라며 불만섞인 목소리로 응대했다. 그러나 ATP측정결과 주방에서 일하던 조리종사원들의 손 청결상태는 좋지 않았다. 대장균이 기준치의 4배, 손을 다시 씻고 측정한 결과는 양호했지만 ‘적합’ 기준에 들지는 못했다. 한 감시원이 “보세요 손 깨끗이 씻으니까 괜찮죠?”라며 ‘위생지도’에 나섰다. 손을 2번 씻은 조리종사원은 “식사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며 말끝을 흐렸다. 


조리종사원들의 손만 더러운 게 아니었다. 도마나 칼은 더 심각했다. B샌드위치가게 주방에서 쓰던 도마는 ATP측정결과 기준치의 285배나 됐다. C김밥가게는 규정을 어긴 채 나무도마를 쓰고 있었다. 기준치의 8배가 넘는 ATP 숫자가 찍혔다. 점검원들은 “플라스틱 도마를 써야 미생물의 증식을 막아주기 때문 위생상 좋다”고 했다. 주방 상태가 엉망인 곳도 있었다. D김밥집의 주방에서 쓰는 조리기구 바로옆 벽면부분의 흰 색 타일은 그을음때문에 시커멓게 변해있었다. 점검원은 “볶거나 끓이는 음식에 검은 찌꺼기들이 들어가면 어쩌려고 하냐”며 당장 세제로 닦을 것을 지시했다.

영세한 규모의 점검대상들은 대체로 위생상태가 불량한 편이었다. 총 15건의 ATP검사결과 2건만이 기준을 통과했다. 20명에 달하는 조리종사원들을 봤지만 위생모를 제대로 갖춰쓴 이들은 한 명도 없었다. 정 주무관은 “이들 모두 과태료 대상”이라고 말했다. 결국 B샌드위치가게 사장 이모(39)씨는 열악한 위생상태는 물론 영업신고서와 보건증 등을 갖고있지 않았다는 이유로 행정처분을 받게됐다.

정 주무관은 “이렇게 한 번씩 단속을 나오고 난 뒤엔 김밥이나 샌드위치 사먹는 게 꺼려질 정도”라며 “내가 만든 음식을 내 가족들이 먹는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거듭 당부했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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