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외국인 혐오증? 외국인도 외국인 나름 ‘백인우호’Vs ‘아시아인 혐오’ 이중성
뉴스종합| 2012-04-23 09:30
[헤럴드경제=황혜진ㆍ서상범ㆍ김현경 기자]#1.손님으로 한창 북적일 지난 21일 토요일 점심시간, 조선족 밀집지역인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식당거리는 썰렁했다. 상인 외에는 행인 자체를 찾기 힘들었다. 한국인은 물론 조선족도 드물었다. 즐비한 중국어 간판이 조선족 거리임을 말해줬지만 한국의 80~90년 같은 분위기, 골목사이로 보이는 낡고 허름한 건물들이 길건너 높게 뻗은 고층건물과 대비를 이루며 이곳의 고립도를 말해주는 듯했다. 때마침 내리는 비에 스산함마저 느껴졌다. 마트를 운영하는 조모(62ㆍ여)씨는 “여기 사는 사람 90% 이상이 조선족이다. 한국인은 물론 외부 사람은 거의 안온다”면서 “수원토막살해사건 이후 더 그렇다. 재개발 된다더니 그것도 무산되고 답답하기만 하다”고 했다.

#2.같은 시각, 프랑스인들의 거주지인 서초구 방배동 서래마을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비가 내려도 카페와 레스토랑에는 주말을 즐기러 나온 한국인들로 북적거렸다. 임모(23ㆍ여ㆍ대학생)씨는 “친구들과 브런치를 먹기 위해 왔다”면서 “이국적인 분위기 때문에 종종 찾는다”고 말했다. A 레스토랑 종업원 김모(29)씨는 “평소 주말 오전이면 브런치를 즐기러 오는 손님들로 가게 앞이 주차장이 된다”고 귀띔했다. 원모(28ㆍ여ㆍ회사원)씨는 외국인 범죄 때문에 불안하지 않냐는 질문에 “살인, 강간 등 강력범죄는 조선족이나 동남아쪽 외국인들 범죄가 대부분이지 않냐”며 “이쪽(서래마을)은 그런 걱정이 안들어서 좋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수원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토박살해 사건의 피의자가 조선족 오원춘(42)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한국사회 내 ‘외국인혐오증’(제노포비아) 논란이 불었다. 온ㆍ 오프라인에서 외국인에 대한 비난과 추방 목소리가 높았고 한국 최초의 귀화 외국인 출신 국회의원 이자스민 씨에게 인종차별적 화살이 쏟아졌다.

하지만 ‘외국인 혐오증’의 대상은 모든 외국인이 아니었다. 혐오증은 철저하게 아시아계 이주노동자 및 유색인종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헤럴드 경제가 지난 21일 서울의 대표적인 외국인 거주 지역 ‘가리봉동’(조선족)과 ‘서래마을’(프랑스인) 두 곳을 찾았을 때도 한국 사회의 이중적인 태도는 여실히 드러났다. 


똑같은 외국인 밀집지역이지만 이 두 곳을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시각은 상반됐다. 반포4동과 방배본동 일대에 위치한 서래마을은 서울에서 가장 치안 상태와 경제수준이 높은 지역으로 통한다. 프랑스인 집성촌인 이 일대는 유럽풍 레스토랑과 멋스러운 가게들이 즐비해있다. 땅값 비싸기로 소문난 강남지역 내에서도 최상위급이다. 프랑스인은 물론 정재계인사들과 유명연예인들이 주로 거주한다.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이곳을 찾는 한국인은 끊이질 않는다. 이곳을 찾는 한국인 대다수는 “ ‘외국인 혐오증’요? 여기는 예외죠”, “‘외국인 혐오증’이라뇨. 외국 문화 느끼려고 마음 먹고 오는데요”라는 반응이었다.

반면, 구로구 가리봉동과 대림동 일대는 조선족, ‘그들만의 도시’였다. 주말은 물론 평일 낮에도 이곳을 지나가는 한국인은 찾기 힘들었다. 수원토막살해사건 이후 여론이 악화되면서 ‘가리봉동=우범지대’라는 낙인까지 찍혔다. 80~90년대를 연상시키는 낡고 지저분한 거리와 간판, 녹슬고 금간 건물들까지. 이곳은 서울에서 가장 방값이 싼 곳 중 하나다. 


온라인에서도 한국인의 이중성은 여실히 드러난다. “일자리를 빼앗아간다” “흉악범죄자다” “세금 거덜난다”며 수원토막살해 사건이후 표출되고 있는 비난도 대부분 중국, 필리핀, 방글라데시 등 아시아계 이주노동자들을 겨냥했다.

외국인에 대한 한국인의 이중적 태도, 왜일까. 임대근 한국외대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제도권 교육과 관습을 통해 문화를 ‘높고 낮음’으로 판단하는 방식이 내면화 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인들은 문화도 권력관계로 생각한다”면서 “문화의 높고 낮음을 판단해 나보다 우월하면 ‘힘이 있다’고 판단하고 열등하면 ‘힘이 없다’고 판단해버린다”고 말했다. 


엄한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서구중심의 세계체제와 경제력 차이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엄 교수는 “백인과 비백인에 서로 다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서구가 만든 인종질서의 영향도 있지만 현 세계에서 비백인들이 가난하고 한국에서도 이들이 경제적으로 열등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라며 “인종질서를 해체하고 인종주의적 의식과 행태를 수정해 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용주 선문대 다문화정책연구소장은 “백인들에 대한 동경심과 함께 과거 한국이 못살았을 때 받았던 국제사회의 무시, 치욕을 되돌려 주려는 열등의 심리적 표현”이라면서 “영어 만능주의와 경제 우선주의 역시 한국사회의 이중적 태도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대근 교수는 “한번 형성된 인식은 변화하기 어렵다”면서 “유치원 때부터 다문화에 대한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안용주 소장 역시 “국영수 과목처럼 다문화 과목도 정규과목으로 넣아야 한다. 그래야 향후에 프랑스와 같은 인종적, 민족적 갈등을 피할수 있다”고 조언했다.

/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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