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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미끼 은퇴자금 꿀꺽…전형적인 금융 피라미드
뉴스종합| 2012-04-23 11:25
평생 샐러리맨으로 살아온 A(62) 씨. 그는 최근 퇴직금과 저축으로 모은 전 재산 5000만원을 잃었다. 중국과 합작해 추진 중인 100조원 규모의 컴퓨터 사업에 투자하라는 사기꾼의 감언이설에 속아넘어간 것.

A 씨는 “나라에서 추진하는 해외사업으로 성공하면 수백배의 이익을 보장하겠다고 하더군요. 외국 회사 사람들과 찍은 사진도 보여주고, 중국과 합작하는 100조원 규모의 컴퓨터 사업이라며 실제로 컴퓨터도 보여줬어요. 그러니 철썩 이 믿을 수밖에…”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노인들이 컴퓨터에 대해 뭘 알아야지. 어떤 사람은 돈도 잃고 이혼까지 당했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할 뿐”이라고 심정을 토로했다.

60ㆍ70 은퇴세대가 위험하다.

은퇴 후 노후를 걱정하는 이들의 불안한 심리를 이용해 있지도 않은 사업을 소개하고 투자금을 빼돌리는 등의 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근속연수가 점차 짧아지는 등 퇴직 시기가 빨라지지만 자식의 취업 및 결혼 뒷바라지에 대한 부담은 여전한 60대 이상 퇴직자들이 주요 피해자다. 다단계 주식 사기단에 속아 노후자금으로 평생 모은 수천만원을 한순간에 날린 A 씨의 경우가 더 이상 남 이야기가 아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3일 퇴직자 등 전국의 노인 2496명을 대상으로 ‘100조원 규모의 컴퓨터 중국 합작 사업’을 포함, 7개의 사업을 빙자해 비상장 주식을 팔아넘겨 194억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취한 일당을 검거, 대표 B(55) 씨를 구속했다.

충남경찰청은 지난 2월 농촌 지역 노인들에게 시가 10만원 상당의 한약재를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속여 150만원에 판매한 일당을 불구속입건했다.

노정호 한국노년소비자연합 사무총장은 “노년기가 길어지면서 돈은 필요한데 신체적ㆍ심리적으로 약해지다보니 퇴직자 등 노인들이 쉬운 투자처를 찾는 경향이 있다. 70대 이상 노인들의 경우 판단능력이 약해지고 정보 수집이 쉽지 않은데 이를 노린 사기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총장은 “정부가 노인 상대 불법 판매행위 및 사기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또 노인 맞춤형 소비교육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수진ㆍ원호연 기자/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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