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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와 학생 서로 존대하고…‘비속어 사전’ 만들어 조심하고…
뉴스종합| 2012-04-25 11:00
-한국교총 주최 ‘학교폭력, 언어문화 개선…’ 워크숍

-키워드는 ‘학생 자발적 참여’ ‘교사ㆍ학생 공동 노력’



[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교사와 학생이 서로 높임말을 사용한다. 학생들이 스스로 ‘비속어 사전’을 만들어 언어폭력 근절 홍보에 나선다. 친구를 칭찬하고 학교 지킴이 직원에게 감사하는 내용의 글을 학교 홈페이지에 올린다.

생활 속 작은 실천들이었다. 하지만 변화의 물결은 컸다. 교사가 학생을 존중하고, 학생들 스스로 바른 언어 사용에 힘쓰니 언어폭력이 사라졌다. 고운 말이 바른 행동도 이끌어냈다.

25일 서울 우면동 한국교총 회관 컨벤션홀에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주최로 열린 ‘학교폭력, 언어문화 개선을 통해 극복합시다’ 워크숍에서 제시된 일선 학교의 언어문화개선 사례들에는 공통적인 두가지 키워드가 있었다.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와 ‘교사와 학생의 공동 노력’이었다.

▶매달 11일은 교사와 학생이 높임말 쓰는 날…충북 청운중= 충북 청운중은 전 교직원과 학생들이 매달 11일 높임말을 사용한다. 학생들 뿐 아니라 교사 및 행정직원들도 함 높임말을 사용하면서 학생들의 언어 문화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것. 이른바 ‘세움의 날’이다. 높임말과 더불어 서로를 아끼고 사랑한다는 이른바 ‘사랑의 말’ 사용도 장려한다.

‘언어생활반성수첩’도 작성한다. 단순히 자신의 언어를 반성하는 ‘반성문’을 작성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나 친구의 바른 언어 사용을 칭찬하며 올바른 언어 사용에 대한 인식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이뤄지고 있다. 수첩에는 ‘오늘 칭찬해 줄 친구’와 ‘오늘 칭찬받을 만한 나의 언어’ ‘오늘 반성해야 할 나의 언어’등을 적도록 돼있다.

효과는 컸다. 청운중이 학생들 100명을 대상으로 최근 언어실태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하루에 욕설을 무한대로 사용한다”고 답한 학생 비율이 전체의 19%로 2010년 조사에 비해 10% 포인트 줄었다. “욕이 필요하다”고 답한 학생들도 전체의 36%로 역시 10% 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수미 청운중 교사는 “세움의 날과 언어개선수첩 활동을 통해 지속적인 언어개선 학습이 이뤄지며 바른 언어 습관 형성에 도움이 되고 있다“며 ”학교폭력의 많은 부분이 언어폭력과 함께 이뤄진다. 언어폭력에 대한 예방과 지도만으로 많은 부분의 학교폭력이 예방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학생 스스로 ‘비속어 사전’ 만들다…서울 경희여중=학생들이 언어문화 개선 동아리를 만들어 스스로 비속어 사용 금지 캠페인을 벌이는 경우도 있다. 서울 경희여중은 언어문화 개선 학생 자치 동아리인 ‘너나들이 동아리’가 활동 중이다. 2학년 6명, 3학년 17명으로 구성된 동아리는 비속어ㆍ순화어 사전을 직접 제작한다.

학생들이 많이 사용하는 비속어를 은어, 욕설, 인터넷 용어를 나누고 비속어의 실제 뜻과 대체 가능한 순화어를 찾는다. 이렇게 정리한 내용을 패널 등에 적어 다른 학생들이 보기 쉽게 복도에 붙인다. 2주마다 새로운 내용을 업데이트 한다. 만화 등을 이용한 언어순화 홍보물도 만들어 배포한다.

동아리 장을 맡고 있는 3학년 이예림양은 “동아리 활동을 하며 청소년 비속어 사용의 심각성과 고운 우리말 사용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다. 우리 스스로 참여해 주변의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에 더욱 기억에 남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열심히 놀고 공부하는 내 친구 칭찬해요”…인천 작전초=인천 작전초 홈페이지에는 ‘칭찬 방’이 있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칭찬 글을 게시하고 누구든 자유롭게 읽을 수 있다. 내용도 다양하다. 자신의 칭찬 글에 답글을 달며 고마움을 표하기도 한다. 칭찬방을 통해 학생들의 인터넷 언어 사용을 순화시키고 서로 간의 존중감을 높이기 위해 학교 측이 고안해 낸 언어문화개선 프로그램이다.

학교이 이러한 노력은 실질적인 효과를 거뒀다. 학교가 4~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난해 9월과 11월 두차례에 걸쳐 하루 동안 욕설을 하는 횟수를 조사한 결과 10회 이상 욕설을 하던 아이들의 비율이 9월에는 전체의 9.1%였지만 11월에는 5%까지 줄어들었다. 그에 반해 욕설을 전혀 하지 않는 비율은 9월 조사 당시 2%에서 7%로 5% 포인트 증가했다.

최성숙 작전초 교사는 “학생언어문화 개선이 단기적인 사업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정부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일선 학교에 자료 제공 및 여건 개선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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