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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비속어 버리니 폭력 사라져”
뉴스종합| 2012-04-25 11:45
바른언어생활 수첩 작성
교사들도 인격체로 대우를


교사와 학생이 서로 높임말을 사용한다. 학생들이 스스로 ‘비속어 사전’을 만들어 언어폭력 근절 홍보에 나선다. 친구를 칭찬하고 학교 지킴이 직원에게 감사하는 내용의 글을 학교 홈페이지에 올린다. 생활 속 작은 실천들이었다. 하지만 변화의 물결은 컸다. 교사가 학생을 존중하고, 학생들 스스로 바른 언어 사용에 힘쓰니 언어폭력이 사라졌다. 고운 말이 바른 행동도 이끌어냈다. 25일 서울 우면동 한국교총 회관 컨벤션홀에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주최로 열린 ‘학교폭력, 언어문화 개선을 통해 극복합시다’ 워크숍에서 제시된 일선 학교의 언어문화 개선 사례들에는 공통적인 두 가지 키워드가 있었다.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와 ‘교사와 학생의 공동 노력’이었다.

▶매달 11일은 교사와 학생이 높임말 쓰는 날…충북 청운중=충북 청운중은 전 교직원과 학생이 언어문화 개선을 위해 매달 11일에는 높임말을 사용한다. 이른바 ‘세움의 날’이다. 서로를 아끼고 사랑한다는 이른바 ‘사랑의 말’ 사용도 장려한다.

‘언어생활반성수첩’도 작성한다. 단순한 ‘반성문’이 아닌 자신이나 친구의 바른 언어 사용을 칭찬하며 올바른 언어 사용에 대한 인식을 강화한다. 수첩에는 ‘오늘 칭찬해 줄 친구’와 ‘오늘 칭찬받을 만한 나의 언어’ ‘오늘 반성해야 할 나의 언어’ 등을 적도록 돼 있다.

효과는 컸다. 청운중이 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최근 언어실태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하루에 욕설을 무한대로 사용한다”고 답한 학생 비율이 전체의 19%로 2010년 조사에 비해 10%포인트 줄었다. “욕이 필요하다”고 답한 학생들도 전체의 36%로 역시 10%포인트 감소했다.

문수미 청운중 교사는 “학교폭력의 많은 부분이 언어폭력과 함께 이뤄진다”며 “언어폭력에 대한 예방과 지도만으로 많은 부분의 학교폭력이 예방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학생 스스로 ‘비속어 사전’ 만들다…서울 경희여중=학생들이 언어문화 개선 동아리를 만들어 스스로 비속어 사용 금지 캠페인을 벌이는 사례도 있다. 서울 경희여중은 언어문화 개선 학생 자치 동아리인 ‘너나들이 동아리’가 활동 중이다. 2학년 6명, 3학년 17명으로 구성된 동아리는 비속어ㆍ순화어 사전을 직접 제작한다.

학생들이 많이 사용하는 비속어를 은어, 욕설, 인터넷 용어로 나누고 비속어의 실제 뜻과 대체 가능한 순화어를 찾는다. 이렇게 정리한 내용을 패널 등에 적어 다른 학생들이 보기 쉽게 복도에 붙인다. 2주마다 새로운 내용을 업데이트한다. 만화 등을 이용한 언어순화 홍보물도 만들어 배포한다.

동아리 장을 맡고 있는 3학년 이예림 양은 “우리 스스로 참여해 주변의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에 더욱 기억에 남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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