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이성 귀닫고 감성만 … ‘광우병’ 정국 뒤흔들다
뉴스종합| 2012-04-27 11:45
여야 잇단 대정부 공세…선동 앞서 대외관계등 무시

이성적 판단 상실 아쉬움

내달 촛불집회 재개 움직임…靑, 국정마비 재연 우려 곤혹


‘소 한 마리’가 정국을 시계제로로 돌려놓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는 4년 전 악몽이 재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감에 떨고 있고, 정치권은 모처럼 호재를 만난 듯 ‘광우병’을 정치 쟁점으로 몰아가고 있다. 하지만 ‘소 한 마리’를 둘러싼 청와대-정부-정치권의 삼각편대는 이성은 없고 감성만 지배하며 국민들의 불안감만 키우고 있다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책 없는 곤혹감과 선동이 광우병보다 더 무서운 질병이라는 것이다.

▶이성보다는 감성=정치권은 연일 과학적인 근거보다는 국민불안을 부추기는 발언만 내놓고 있다. 문성근 민주통합당 대표 대행은 27일에도 “정부는 광우병이 발생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즉각 중단하고 미국과 재협상에 나서서 검역주권을 회복해야 한다”고 대정부 포문을 열었다. 황우여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이날 “신뢰를 보호하고 국민에 책임지는 자세를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의 미숙한 대응을 꼬집었다.

광우병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대책보다는 감성에 호소하는 논쟁에 치우쳐 있다.

정부의 수입 중단 조치를 요구한 새누리당 한 관계자조차 “나도 지금 정확한 미국의 상황을 알지 못한다. 미국에 있었을 때 만날 쇠고기 먹었는데 (멀쩡하다)”라고 말한 대목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감성보다는 이성에 귀를 열고 입을 놀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캐나다는 물론 광우병 청정국인 호주 뉴질랜드도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수입중단하도록 수입위생조건을 명시했는데, 왜 미국만 예외로 인정하고 있는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국회는 지난 2008년 촛불집회 이후 국회에서 특별위원회를 열어 대미(對美)관계와 국제적 기준 등을 고려해 결정한 바 있다.

▶곤혹스러운 靑=광우병국민대책회의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다음달 2일 광우병 촛불집회를 예고하면서 청와대의 입장은 “곤혹스럽다”로 점철되고 있다. 게다가 ‘과장광고’ ‘국민을 상대로 한 거짓 약속’ 등의 논란이 고개를 들고 있어 마땅한 대응 카드를 내밀지 못하고 있는 것도 청와대의 고민을 더욱 깊게 하는 모습이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2008년 광화문 광장이 한눈에 보이는 대통령 사저 인근에서 ‘오늘은 얼마나 많이 모였나’하며 뜬눈으로 날 밤을 지새울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며 이번 촛불집회가 자칫 4년 전 당시를 재연하지 않을까 우려했다.

특히 4년 전 ‘수입중단 조치 약속’과 대국민 광고가 당시 상황에 쫓겨 과장된 부분이 있다는 사실에 곤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서둘러 내놓은 약속이 자칫 더 큰 부메랑이 돼 임기 말 청와대를 더욱 옥죌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청와대에서는 6년 만에 발생한 미국 젖소의 광우병과 관련, 정부의 초기 대응이 미덥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관계자는 “어제 아침에 사안이 터졌을 때 단계별로 착착 진행을 했으면 이렇게까지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검역중단 검토 등 얘기해 놓아 국민들 눈높이는 저만치 갔는데 액션은 그러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청와대가 이처럼 ‘촛불집회’에 알레르기성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4년 전 악몽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초기인 지난 2008년 5월 ‘미친 소’로 시작된 촛불집회는 정국을 휘잡아 사실상 국정운영이 ‘올 스톱’ 상태에 놓였다. 정부는 부랴부랴 총리 담화에 국민건강을 우선한다는 요지의 광고까지 실었지만 한번 불붙기 시작한 촛불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았다.

청와대는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가세할 경우, 말도 안 되는 유언비어가 사실처럼 나도는 4년 전 사태가 재발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한석희ㆍ최정호 기자>
/choijh@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