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고임금 금융노조의 ‘몽니’?
뉴스종합| 2012-05-02 11:46
하루 2.51시간 연장근무
“은행 과도한 성과문화 문제
지점 인력충원 시급”

“다른 업종비해 격무 아닌데”…금융당국·은행 회의적



은행원의 노동시간이 올 금융권 노사협상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노조는 은행원들이 과도한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며 인력충원을 비롯한 노동강도 해소 대책 마련과 함께 은행 점포 개점시간을 30분 늦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을 포함한 금융권 종사자들이 생산성에 비해 과다한 임금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팽배한 상황에서 이 같은 노조의 요구는 무리하다는 것이 사측의 판단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은행권 노동자 장시간 노동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지난해 11월 한국노동연구원과 공동으로 조사한 은행원들의 근로시간 실태를 발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은행원들의 하루 평균 연장 근로시간은 2.51시간으로 나타났다. 법정 근로시간 8시간을 더하면 하루에 10.51시간을 근무하는 셈이다.

권현지 한국노동연구원 박사는 이날 토론회에서 “은행의 과도한 성과 문화와 여유 없는 지점의 인력 운용 등이 장시간 노동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근거로 금융노조는 올해 산별 임단협의 핵심 안건에 과도한 성과문화 개선과 인력충원 등을 통한 노동강도 해소, 노동시간 단축을 포함했다. 특히 은행 영업시간의 원상복귀(오전 9시30분~오후 4시30분)도 요구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009년 4월 오전 9시에 문을 열고 오후 4시에 업무를 마치는 것으로 조정했던 은행 영업시간을 3년 만에 되돌리자는 것이다.

금융노조가 영업시간 재변경을 요구하는 이유는 출근만 빨라지고 퇴근 시간은 제자리여서 업무가 과중해졌다는 것이다. 금융노조에 따르면 은행 영업시간 조정 전인 지난 2007년 은행 종사자들의 평균 출근시간은 오전 8시20분, 퇴근 시간은 오후 8시13분이었다. 영업을 빨리 개시하면서 은행원들이 8시 이전에 출근하게 됐지만 퇴근 시간은 빨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및 은행들은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은행은 우리 사회의 인프라로 다른 금융기관에까지 파급력이 큰 만큼, 영업시간을 늦춤으로써 국민들이 불편함을 겪지 않을지 등을 잘 따져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영업시간을 조정하면 이에 따른 시스템도 일부 변경해야 하는 등 추가적으로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며 “노조의 영업시간 조정안은 실제로 추진하겠다는 의미보다 인력을 확충해 달라는 ‘협상 카드’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은행들은 노조의 ‘은행원들의 과도한 격무’ 주장에 대해서도 다른 업종에 비해 은행원들의 업무 강도가 크다는 뚜렷한 증거도 없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협상과정에서 격론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금융노조는 3일 임단투(임금 및 단체협약 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같은 날 은행 사용자 측과 3차 산별교섭을 벌일 예정이다.


<하남현 기자>
/airins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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