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사퇴’ 촉구하던 이정희..진보의 이중잣대
뉴스종합| 2012-05-03 10:28
[헤럴드경제=김윤희 기자]”어이없다“, ”기가 막힌다“, ”진보 간판을 단 자들이 할 짓인가“….

비례대표 순번을 결정하는 선거에서 총체적 부정이 저질러졌다는 결과가 확인됐는데도 불구하고 지도부가 책임을 지지 않고, 순번이 뒤바뀐 비례대표 당선자조차 사퇴하지 않으면서 통합진보당에 쏟아지는 비난들이다. 도무지 일반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자기관용’이라는 것이다.

‘사퇴’와 ‘검찰수사’는 통합진보당 논평의 단골 소재다. 지난해 12월 창당한 통진당은 논평과 브리핑, 보도자료를 통해 총 60여차례 상대당원을 향해 ‘사퇴’를 촉구했다.

상대 정당의 크고 작은 흠집에 서릿발 같은 칼날을 휘두르던 통진당이 ‘제 눈의 들보’에는 무딘 칼을 들이대고 있다. 3일 당권파 좌장인 이정희 공동대표는 이번 비례대표 부정경선과 관련, “가장 무거운 정치적ㆍ도의적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지만 비당권파와 국민들의 사퇴 요구에는 여전히 입을 다물었다.

그동안 통진당은 ‘도덕성’과 ‘정치적 책임’을 전방위로 외쳐왔다. 지난달 27일 논문표절 의혹을 받은 강기윤 신경림 등 새누리당 당선자를 향해 “양심불량 당선자들은 국민을 대표할 수 없음을 알고 의원직에서 스스로 사퇴하길 바란다”고 압박했다.

임대주택에 불법거주한 홍문표 새누리당 후보에게 “국회의원 후보로서 명백한 결격사유”라며 “사퇴로서 정치적 책임을 다하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같은날 식당주인에게 욕설을 했다는 신성범 새누리당 후보에게도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정치의 기본덕목”이라며 “자기잘못을 버젓이 뭉개고 있으며 시간끌기, 물타기에 여념이 없다”고 사퇴를 촉구했다.

그러나 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드는 자당의 ‘부정경선’ 앞에서는 여전히 얼버무리기와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당권파인 이의엽 공동정책위의장은 “총체적 부정선거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조목조목 반박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의장은 또 부정경선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진 3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통합이전의 조직문화 차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사회자가 “이런 것(부정선거)을 조직 문화 차이라고 인식하냐”고 따져묻자 “제도의 미비함이 문제 였다”고 답변했다.

책임자 사퇴에 대해서도 ‘더 논의해봐야한다’며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정희 공동대표는 이날 대표단회의에 앞서 “사실을 드러내고 관련자가 책임져야 한다”면서 수습책 발표를 또 뒤로 미뤘다. 조준호 공동대표도 관련 진상조사를 발표하면서 누가, 왜 부정을 저질렀는지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통진당이 그동안 비판했던 ‘양심불량’과 ‘정치적 책임 부재’, ‘시간끌기’와 ‘물타기‘의 전형이다.

이같은 진보의 이중잣대는 여론의 역풍을 초래했다. 진상조사 발표 이후 트위터에는 “진보 간판을 단 자들이 할 짓인가”, “피아를 구분하지 못하는 투쟁이 수구보수들의 밥그릇 지키기와 무엇이 다른가”라는 비난 글들이 쇄도했다.

대표적인 진보인사인 조국 서울대 교수도 이날 오전 트위터를 통해 “단순 실수로 치부하고 덮을 사안이 아니다”며 “부정선거 책임자, 중징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통진당의 부정경선이 12월 대선에서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진보개혁세력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과거 군사독재시절 정부로부터 자기세력을 보호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잘못된 ‘자기관용’을 낳았다”면서 “총체적 부정선거는 향후 대선정국에서도 진보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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