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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끝까지 직무유기한 의원-그래도 밥값한 의원(본회의 출석 분석)
뉴스종합| 2012-05-03 10:35

[헤럴드경제=조민선ㆍ양대근 기자] 18대 국회가 사실상 마지막 업무를 처리하는 날. 5월 세비는 꼬박꼬박 챙기면서, 본회의는 나 몰라라 한 국회의원이 100명에 달했다. 그러나 정작 의원들은 “떨어졌는데, 참석해 주셔서 감사하다” “경이로운 참석률”이라는 덕담을 주고받으며 자축했다. 재적의원 292명 중 192명 출석(국회선진화법 표결 시 기준). 출석율 65.7%의 마지막 본회의를 두고 ‘감동적’이라고 평가하는 게 대한민국 국회의 현주소다. 한달간 국회의원에게 들어가는 예산은 146억원, 1인당 5000만원씩 100명이 국민혈세를 공짜로 떼먹은 셈이다. 

2일 마지막 본회의는 오후 5시에야 열렸다. 원래 정해진 시간보다 3시간가량 늦었다. 본회의 정족수 147명을 채우는 데만 2시간. 본회의장이 채워질 때까지 어슬렁어슬렁 배회하는 의원들도 눈에 띄었다.

출석도장을 찍은 의원은 217명. 본회의 시작할 땐 180명으로 줄었다. 찬반 대립이 뜨거웠던 국회선진화법 표결 시에는 192명, 이후 민생법안 처리할 땐 하나 둘 자리를 뜨더니, 결국 본회의 산회 시 153명으로 마무리됐다.

당내 권력지도의 변화에 따라 계파별 참석률도 엇갈렸다. 미래 권력을 지향하는 친박계는 대거 참석해 따가운 여론을 의식했고, 공천에 대거 낙마해 소수파로 전락한 친이계의 참석률은 저조한 편이었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해 서병수 이한구 이정현 윤성현 의원 등 친박계 의원들이 참석한 반면, 전여옥 이사철 신지호 주호영 의원 등은 불참했다. 대권에 도전하며 ‘민생탐방’ 중인 여권의 두 잠룡(정몽준 이재오)은 정작 ‘민생법안’ 처리에는 무관심했다.

끝까지 빛나는 책임감을 지닌 의원들도 있었다. 옛 한나라당을 탈당했던 무소속 정태근 김성식 의원은 끝까지 참석해 민생법안 표결에 한 표씩 던졌다. 18대 국회 본회의에 한 번도 불참한 적 없는 정태근 의원은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리인으로서 가장 중요한 업무가 본회의 의결이다. 처음이든 마지막이든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것은 의원으로서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이로운 출석률 덕분에 민생법안이 처리됐다”는 자축에 대해 학계와 정치전문가들은 한심하다는 반응이다.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그동안 얼마나 안 나왔으면 192명 참석에 기뻐하느냐”며 우리나라 의회정치의 수준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아무리 ‘레임덕 국회’라고 해도, 세비를 받을 때까진 당연히 일하러 나와야 한다. 의원들의 본회의 출석이 의정활동의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이나 유럽권의 정치 선진국 사례를 봐도, 평균 본회의 출석률이 80~90%를 웃돈다. 마지막 본회의라면, 오히려 더 많은 의원이 참여하는 게 그들의 정치 의식이다. 그만큼 본회의 표결은 국회의원의 1순위 업무다. 하지만 수십 년간 총선이 끝난 뒤 한국 국회는 통제불능이었다. ‘안 와도 그만, 와주면 감사하다’는 식의 잘못된 관행이 여전하다. ‘떨어져서 속상할 텐데, 일하라고 할 수 있겠냐’는 온정론은 그동안 국회가 ‘그들만의 리그’였음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인문교양학부)는“내가 싫다고, 떨어졌다고 안 하면 국민의 대표라고 할 수 있나. 국민들로부터 돈을 받는 만큼, 끝까지 일을 마무리하는 게 맞다”면서 “미국 의회는 본회의 참석이 최우선 가치다. 우리 국회의원들도 본회의 참석을 우선시하는 의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18대 국회 마지막까지 발목을 잡았던 국회선진화법은 재석 192석에 찬성 127표, 반대 48표, 기권 17표로 여유롭게 통과됐다. 이와 함께 약사법개정안, 112위치추적법, 불법조업방지법 등 62개 민생법안이 무더기로 의결됐다.

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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