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007 영화 같은’ 車 텔레매틱스...정보 유출ㆍ차량 도난 가능성은?
뉴스종합| 2012-05-03 18:07
‘설마(?) 하는 마음에 서둘러 지하 주차장에 내려갔다. 수십대의 신형 싼타페들 속에서 시승차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아이폰에 깔려 있는 블루링크 애플리케이션에서 경적 모양의 아이콘을 클릭하자 멀리서 싼타페DM(4륜 모델) 한대가 우리를 불렀다. 역시 시동이 걸려 있었다. 뿐만 아니라 에어컨도 켜져 있었다. 현대차가 이번 3세대 싼타페에서 처음으로 적용했다는 블루링크는 이 처럼 원격시동, 온도조절, 도어제어, 주차위치 확인까지 가능했다. 스마트폰이 없는 고객은 전화로 동일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었다.’ <헤럴드경제 1일자 17면 싼타페 시승기>

얼마전 기자가 보도한 신형 싼타페 시승기다. 시승차를 타면서 내내 기자의 마음을 훔친 것은 첨단 텔레매틱스 서비스 였다. 현대차가 신형 싼타페에 첫 적용한 ‘블루링크’, 기아차가 K9을 통해 선보인 ‘유보(UVO)’ 등 최근 첨단 텔레매틱스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벌써부터 영화 007 시리즈 18번째 작품 ‘네버 다이’(Tomorrow Never Dies, 1997년) 처럼 휴대폰으로 자동차를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시대가 성큼 찾아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텔레매틱스는 그렇게 어려운 기술이 아니다. 이미 GM은 ‘온스타’라는 이름으로, 포드는 ‘싱크’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문제는 IT가 차량을 제어하고, 서비스센터로 각종 정보가 집중됨에 따라 이제 텔레매틱스도 보안이 중요해졌다는 점이다. 프로그램 해킹과 스마트폰 분실 등으로 개인 및 차량의 위치정보는 물론 차량 제어를 통한 도난 위험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 되는 블루링크, 달리는 차도 멈추게 해= 이번 신형 싼타페에 들어간 블루링크는 ▷스마트 컨트롤 ▷세이프티▷카 케어 ▷인포 ▷어시스트 등 총 5가지 영역 16개 세부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먼저 스마트 컨트롤은 말 그대로 스마트폰으로 차량을 제어하는 기술이다. 애플 앱스토어나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블루링크 애플리케이션을 다운 받아 마치 스마트폰을 리모컨 처럼 사용할 수 있다. 원격 시동 및 공조(에어컨 히터 작동), 원격 문열림, 주차위치 확인, 목적지 전송(스마트폰 및 PC에서 지도 전송) 등이 가능하다.

세이프티는 사고로 에어백이 터졌을때 자동으로 블루링크 긴급구난센터로 접수가 되는 서비스. 각종 긴급상황에서도 SOS 버튼을 길게 누르면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차량 도난시 도난차의 위치 및 주행경로도 실시간 제공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가솔린 차의 경우 필요시 주행중인 차의 속도를 줄이거나 시동이 걸리지 않게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카케어는 차량 진단 내용을 전송하고 정비를 도와주며, 인포는 차안을 와이파이 존으로 만들어주고 차량 단말기에서 인터넷을 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어시스트는 차량 내부 스피커로 상담원 또는 ARS로 연결, 각종 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텔레매틱스, 별도 비용 불구 확산될 듯= 텔레매틱스 서비스는 자동차 브랜드들의 차별화 요소로 해외에선 지난 1996년 GM이 ‘온스타’를 도입하면서 상용화됐다. 온스타는 차량 내부에 별도의 무선 모뎀을 달아 중앙상황실과 연결되는 방식을 썼다.

반면 2007년 부터 ‘싱크’를 선보인 포드는 운전자의 스마트폰을 활용했다. 일본 도요타도 ‘세이프티 커넥트’라는 이름의 텔레매틱스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선 옛 대우자동차가 2000년 드림넷을 선보이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후 이듬해 3월 현대차가 차량 내장형 텔레매틱스 ‘아톰’의 상용화 서비스에 나섰으며, 2003년부터는 중형차 이상급에서 ‘모젠’이라는 텔레매틱스 서비스를 진행해 왔다. 최근에는 현대차가 KT와의 협력을 통해 ‘블루링크’를, 기아차가 SK텔레콤의 지원으로 ‘UVO’를 개발했다.

다만 텔레매틱스 서비스는 별도의 비용이 드는 선택 사항이다. 블루링크도 스마트 컨트롤, 세이프티, 카 케어 등 3가지 기본 서비스를 2년간 무료로 제공한 뒤 월정액제로 유료 전환되며, 인포 및 어시스트 등 부가 서비스는 추가 가입이 필요하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데이터 사용료가 드는 만큼 일부는 유료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개인정보 유출ㆍ차량 도난 가능성 없나= 물론 텔레매틱스가 스마트기기와 연동돼 편리한 기능을 제공하지만, 거꾸로 고객 개인 정보 유출과 차량 도난 등을 우려하는 고객도 적지 않다. 안철수연구소 관계자는 “악성 앱이 사전에 깔릴 경우 아이디와 패스워드 등 정보 유출이 가능하며, 스마트폰 분실에 따른 위험도 상존해 있다”며 “반드시 모바일 백신을 설치하고 스마트폰 분실에도 주의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전문 해커에 의한 프로그램 해킹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현대차는 이에 대처하기 위해 원격 제어기능 이용시 비밀번호 4자리를 입력토록하고 있으며, 모든 전송 정보를 인터넷 뱅킹 수준으로 암호화한 만큼 보안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5회 이상 비밀번호가 틀릴 경우에는 스마트폰의 계정이 잠기며, 주차위치 확인도 1km 이내에서만 가능토록 제한했고 덧붙였다.

아울러 블루링크 앱을 통해 원격 시동을 건다 하더라도 키가 없으면 문이 열리지 않는다. 현대차 관계자는 “고객 및 차량의 위치 정보 등이 집중되고 각종 차량 제어가 가능하기 때문에 전문업체(현대오토에버)가 더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며 “스마트폰 분실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안전장치가 있는 만큼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전했다.

sonam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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