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초등생 2명중 1명 “그냥 TV보며 놀아요”
뉴스종합| 2012-05-04 11:56
맞벌이 가정많아 혼자 지내
교내 체육활동 참여도 미비

초등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김유진(10) 양은 요즘 토요일 낮 시간을 혼자 보낸다. 주 5일 수업제가 시행된 후 토요일에 학교를 가지 않게 됐지만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이 토요일까지 일을 해 집을 비우시기 때문이다. 친한 친구들이 토요일에 삼삼오오 모여 엄마, 아빠와 체험학습을 간다고 자랑할 때면 유진이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대형 할인마트에서 계산원으로 일하는 유진이 엄마는 토요일 스케줄이 유동적이라 참여할 수 없다. 엄마 없이 홀로 친구들을 따라가는 것도 내키지 않는다. 학교에서 토요일에 진행하는 체육활동은 운동엔 관심 없는 유진이에겐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유진이는 오전 10시께 홀로 일어나 엄마가 차려 놓은 아침 밥을 아침 겸 점심으로 먹는다. 그리고는 케이블 방송에서 하는 예능프로그램을 몇시간씩 시청한다. TV가 지겨워지면 인터넷 게임을 한다. 부모님 퇴근이 늦어질 경우 저녁으로 라면을 끓여먹는 경우도 종종 있다.

초등학생 2명 중 1명은 학교에 가지 않는 토요일에 주로 TV를 시청하고 인터넷을 사용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4일 산하기구인 참교육연구소와 지난달 11~20일에 전국 초등학교 5, 6학년생 1523명을 대상으로 ‘토요일 어린이 생활 실태 및 의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 10명 중 8명은 토요일을 주로 집에서 보내고 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53.1%(복수응답)는 “토요일에 주로 TV를 시청한다”고 답했으며 “컴퓨터를 한다”는 비율도 전체의 44.7%에 달했다.

부모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경우는 드물었다. 부모와 함께 토요일 활동 계획을 세워 본 어린이는 전체 응답자의 31.7%에 그쳤다. 토요일 점심을 굶거나 혼자서 먹는 아이들도 적지 않았다. ‘혼자 점심을 먹는다’는 답변이 27.9%에 달했고, ‘굶는다’는 응답도 3.2%로 나타났다.

전교조는 “초등학생 전체 숫자를 단순 비교할 경우 10만명 이상의 어린이가 토요일 점심을 굶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교과부와 일선 학교에서 토요 프로그램 개발에 힘쓰고 있지만 아직 학생들이 체감할 수준은 못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한 토요 프로그램 활성화는 여전히 미비한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 참여할 만한 토요일 프로그램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은 전체의 24.4%에 그쳤다. 청소년수련관, 도서관 등 기반시설이 충분하다는 응답도 31.2% 정도였다.

반면 토요일에 자신이 하고 싶은 활동을 하지 못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10명 중 3명 이상이 ‘마음에 드는 개설 프로그램이 없다’고 답했다.

전교조 관계자는 “주 5일제 수업 전면 시행으로 아이들의 행복도가 높아진 것이 사실이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프로그램 마련은 여전히 부족하다”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투자와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박수진 기자>
/sjp10@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