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퇴출 갈림길에 선 저축銀…이번이 마지막?
뉴스종합| 2012-05-04 13:56
[헤럴드경제=최진성 기자]대형 저축은행 3곳 가량이 이르면 이번 주말께 퇴출된다. 계열 저축은행까지 포함하면 총자산은 22조원, 거래자수는 165만7000여명에 이른다. 지방은행 한 곳이 날아가는 것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일부 저축은행은 평소보다 5배 가량 많은 예금이 인출되는 등 혼란이 시작됐다. 예금자보호를 받지 못하는 5000만원 초과 예금자와 후순위채권을 사들인 고객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업계에서는 돌려받지 못하는 돈이 6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전국을 뒤흔든 저축은행 구조조정은 이번이 끝이자 또다른 시작이다. 금융당국이 ‘상시 구조조정 체제’로 전환하기 때문이다. 2차, 3차 구조조정처럼 예고하지 않는다. 시장 자율에 맡기되 부실이 나면 바로 조치하겠다는 뜻이다.

▶퇴출 기준은= 퇴출 명단에 오른 저축은행들은 지난해 7~8월 실시된 금융감독원의 저축은행 경영진단 결과,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5% 미만이거나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는 자본잠식상태 또는 금융사고나 비리, 불법을 저질렀을 개연성이 큰 저축은행들로, 경영개선명령(영업정지) 대상이었다.

다만 계열사, 사옥 등 부동산 매각과 유상증자 등을 통해 회생할 수 있는 기회(적기시정조치 유예)가 주어졌다. 일부 저축은행은 경영개선계획을 이행해 정상적인 영업을 재개했지만 나머지 저축은행은 자금 확충이 늦어지면서 결국 살생부에 이름이 올랐다.

일부 저축은행은 감독당국의 퇴출 기준이 지난해 검사 때와 완전히 딴 판이라고 항변했다. A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7월 경영진단시 점검한 여신에 아무런 여건 변화가 없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자기모순적인 잣대로 건전성분류를 다시해 대형 부실이 발생한 것으로 왜곡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주말 영업정지 여부를 결정하는 경영평가위원회를 열고 해당 저축은행 임직원들로부터 ‘최후의 변론’을 듣는다. 문답으로 이뤄지지만 사실상 형식적인 절차라는 게 관련업계의 반응이다. 최종 퇴출 명단은 경평위 직후 열리는 임시 금융위원회에서 확정된다.

▶뱅크런 대책은= 금융당국이 4개 저축은행을 검찰에 고발한 것도 퇴출 과정의 일부이다. 통상 퇴출 명단을 발표한 뒤 해당 저축은행의 불법이나 비리를 수사 의뢰해왔지만 이번에는 ‘뱅크런(대량 예금 인출 사태)’을 우려해 한박자 빨리 조치를 취했다.

금융당국의 의도와 달리 일부 저축은행에서는 이미 혼란이 시작됐다. 서울 강남권에 위치한 한 저축은행은 지난 3일 마감을 한시간 앞두고 예금자들이 몰려 500억원이 순식간에 인출됐다. 다른 저축은행들도 고객들의 문의전화로 한때 업무가 마비되기도 했다.

금감원은 이날 일부 저축은행에 감독관을 파견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장동향을 파악하고 사고발생시 통제하기 위해 감독관을 파견했다”면서 “영업정지 조치가 이뤄지면 예금보험공사와 금감원에서 경영관리인을 파견, 해당 저축은행의 모든 업무를 통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이 마지막?= 16개월째 계속된 구조조정으로 저축은행업계는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개점휴업으로 살아남은 저축은행도 문 닫을 판이다. ‘퇴출 공포’가 고객의 발길을 끊고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구조조정을 끝으로 앞으로 대규모 퇴출 사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상시 구조조정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했다. 시장 논리에 의해 저절로 퇴출되도록 관리ㆍ감독하겠다는 방침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1년 내내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면서 장사하라는 말 아니냐”면서 “먹을 거리도 주지 않으면서 업계 전반에 공포분위기만 확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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