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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여수박람회 성공에 꼭 필요한 것은
뉴스종합| 2012-05-07 08:49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5월 11일 여수세계박람회 개막을 앞두고 사전 점검차 지난 4일 여수에 다녀왔다. 거대한 박람회장, 아름다운 여수 앞바다, 인근의 순천만 갈대숲은 기대 이상이었다. 마침 날씨도 좋았다. 나쁠 게 없었다.

그런데 다녀온 후 두고두고 마음에 걸리는 게 한 가지 있다. 사소한 부분이지만, 어쩌면 여수세계박람회의 성패를 가를 중요한 부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녀온 후 내내 안타깝고 우려스럽다.

여수에 도착한 뒤 점심식사를 하러 가는 길이었다.

한 관광객이 길 건너편 음식점으로 가고 있었다. 2차선 도로에서 정차한 버스 앞을 지나 한 차선만 건너면 되는 상황에 다른 차선에서 승용차 한 대가 나타났다. 이 차는 눈 앞에 있는 관광객을 향해 천천히, 계속 움직였다. 마치 도로를 건너려던 관광객을 위협하는 투였다. 차가 밀착해오자 당황한 관광객은 “이 차 왜 이래”하면서 황급히 길을 건넜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이 차량에 고정됐다. 그때였다. 느닷없이 차 안에서 욕설이 터져나왔는데 도저히 말로는 옮기지 못할, 관광객을 비난하는 원색적인 표현이었다. 놀란 음식점 점원이 달려가 몇 차례 굽신거리며 제지한 후에야 욕설은 멈췄다. 차는 그제서야 시혜를 베푼다는 듯 조용히 시야에서 사라졌다.

상황을 지켜 보던 사람들은 말을 잃었다. 기분 좋게 나들이를 나왔다가 마음이 상한 게였다. 시민의식의 실종이었다. 그 순간 적어도 그 상황을 지켜 본 사람들에게 여수의 첫 인상이 좋을 리 없었다. 즐거워야 했던 점심 시간 내내 ‘이 도시가 정말 국제행사를 치를 준비가 되어 있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1988년의 서울올림픽, 2002년 한일월드컵의 성공 신화는 그냥 쓰여진 게 아니다. 정부가 훌륭하게 이끌고 기업이 성의껏 지원했지만, 성숙한 시민의식이 아니었다면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시민들이 진심에서 우러나온 자발적인 참여와 희생, 친절이 없다면 대회의 성공을 보장하기 어렵다.

맹자 공순추 편에서 맹자는 “天時不如地利(천시불여지리), 地利不如人和(지리불여인화)”라 했다. 시기가 좋아도 지세보다 못하고, 지세가 좋아도 사람의 화합만 못하다는 것이다. 5~7월의 좋은 시기(천시)에 천혜의 미항 여수(지리)에서 벌어지는 세계박람회에 시민의식(인화)마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요, 화룡점정일 것이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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