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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긴축 물결 유럽 대륙을 휩쓸다
뉴스종합| 2012-05-07 09:08
[헤럴드 경제=김영화 기자]지난 6일 치러진 유럽 각국의 선거를 꿰뚫은 핵심 화두는 예상대로 ‘반(反)긴축’이었다.

프랑스에서 17년만에 좌파 대통령이 탄생한 것을 비롯, 각국의 선거 결과는 집권당의 부진과 극우ㆍ극좌파의 약진으로 요약된다.

물론 이같은 ‘바꿔 바람’의 밑바탕엔 긴축이 위기를 해소하기는 커녕 오히려 악화시키고 있다는 불만이 깊숙이 깔려 있다. 저성장과 고실업의 늪에 빠진 유럽을 구해낼 새로운 위기관리 리더십에 대한 열망이 선거를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온 셈이다. 자연스레 기존 엄격한 긴축 위주의 유럽 재정 위기 해법에는 제동이 불가피해졌다. 유럽의 ‘긴축 전도사’였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독주체제가 위협받는 등 유럽 정치권력 지형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일각에선 반긴축 정파의 득세로 유로 위기가 재연될 것이란 우려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프랑스 내무부는 이날 밤 9시30분 72.35% 개표 결과 올랑드 후보가 51.1%를 득표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프랑스는 17년만에 좌파 정권을 맞는다.

이번 선거는 ‘강한 프랑스’를 외치는 사르코지 대통령과 유럽연합(EU) 각국에 대한 재정 통제를 강화한 신(新)재정협약 재협상 등 반긴축 공약을 내건 올랑드 후보간 세 대결로 주목을 끌어왔다. 현직 프리미엄을 업은 사르코지 대통령의 연임을 저지한 ‘보통 사람’(Mr. Normal) 올랑드 후보의 당선이 지난해말 이후 올 들어 확산 일로인 반긴축 물결의 승리로 평가받는 이유다.

올랑드는 당선이 사실상 확정되고 나서 경제 성장과 채무 감축이 우선정책이라고 밝힌 후 “더 이상 긴축 정책이 (경제 위기를 해소하는) 유일한 방안이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연초 유럽 재정위기의 화근으로 주목받은 그리스도 이날 총선을 치른 결과 30년 가까이 번갈아 집권해온 사회당(득표율 18.9%)과 신민당(13.4%)이 의석 과반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역시 긴축 역풍 탓이다.

채권 상환 잠정 중단과 구제금융 조건 재협상을 공약으로 호소해온 진보좌파연합(시리자)는 16.8%를 득표해 제2당 등극이 유력하다.

연금삭감과 공무원 감축 등 긴축에 대한 혐오감이 대안 세력에 대한 지지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독일에서 유럽 각국에 긴축 재정을 강조해온 메르켈 총리가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州) 지방선거에서 사실상 패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투표 마감후 출구조사결과 메르켈 총리의 기독교민주당(기민당)이 30.9%의 득표율로, 30.3%(22석)를 올린 제1 야당인 사회민주당(SPD)을 근소한 차로 앞섰다. 하지만 연립정부 파트너인 자유민주당이 8.3%의 득표율로 크게 부진해 연정 유지가 어려워졌다.

세르비아 총선에서도 기존의 긴축 정책을 비판해온 진보당이 집권 여당인 민주당에 근소한 차로 앞질렀다. 세르비아 대선에서는 유럽연합을 지지하는 현 대통령인 보리스 타디치 후보가 과반을 확보하지 못해 대중적 인기가 높은 토미슬라브 니콜리치와 오는 20일 결선 투표를 치르게 된다.

코펜하겐 소재 삭소 뱅크의 스티븐 제콥슨 수석 경제분석가는 “이제는 정치권이 유럽 상황을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면서 “정치권과 유권자 간 공백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betty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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