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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성장 택한 佛…유로존 위기해법 다시 시험대에 서다
뉴스종합| 2012-05-07 11:20
경기침체 장기화 이어지자…민심 되돌리기엔 역부족
사르코지 결국‘ 희생양’으로

反獨노선 올랑드 당선
신재정협약 놓고 마찰 불가피…獨·佛 끈끈한 유대 막내릴듯



막판 역전 드라마는 없었다. 지난 6일 치러진 프랑스 대선은 예상대로 17년 만에 좌파 정권 탄생으로 막을 내렸다. 유럽에서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긴축 역풍에 따른 정권 교체 바람이 결국 프랑스에까지 상륙한 것이다.

앞으로 5년간 내우외환의 프랑스호(號)를 이끌 선장은 ‘보통 사람’을 자처해온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 후보다. 프랑스 국민들은 사르코지 진영이 내건 구호인 ‘강한 프랑스’ 대신 올랑드 후보의 ‘변화’와 ‘성장’을 택한 셈이다.

곧이어 열리는 다음달 총선에서도 사회당의 우세가 점쳐지면서 유럽 각국의 재정 규제를 강화하는 신(新)재정협약을 위시한 긴축 위주의 위기 해법과 유럽통합론은 도전을 받게 됐다.

▶위기 해법, 성장으로 선회하나=유럽연합(EU) 내 부채 위기 해결을 위한 긴축정책이 경기 침체로 이어지면서 올랑드 진영이 내건 ‘성장’의 화두는 민심을 파고들었다.

연임에 실패한 사르코지 대통령이 반(反)긴축 물결의 희생양이라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는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사르코지 진영은 반이슬람주의 등의 극우 논리로 막판 뒤집기를 노렸으나 경제난으로 떠난 민심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올랑드 측은 경기 부양을 위해 ▷최저 임금 인상 ▷대기업, 고소득자 세금 인상 ▷교사 6만명 추가 채용 ▷산업 인프라 투자를 위한 채권 조성 ▷투자형 펀드 규제 해제 ▷금융거래세 부과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건 상태다.

또 오는 16일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한 후 일주일 내 베를린을 방문해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신재정협약의 재협상을 요구할 방침이다. 현재 EU 27개 회원국 중 25개국이 동의한 이 협약은 재정적자의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제한하고 이를 어길 시 자동 제재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협약의 완전한 폐기보다는 성장협약을 추가하는 식으로 개정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메르콜랑드(메르켈+올랑드)’ 가능할까=반독 노선을 걸어온 올랑드 후보의 당선으로 ‘메르코지(메르켈+사르코지)’라는 말이 생길 만큼 끈끈한 유대를 보여온 독일과 프랑스, 양국 관계에도 어느 정도 마찰이 예상된다.

FT는 올랑드 후보의 당선으로 신재정협약을 둘러싼 메르켈과의 대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독일 중도 좌파 성향의 일간지인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신재정협약이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방안이 확대되는 쪽으로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또 구제금융을 위한 자금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올랑드 후보는 오는 7월 출범하는 구제금융 기구인 유로안정화기구(ESM)에 은행 면허를 주는 방안까지 들고 나올 것으로 봤다.

아울러 사회당은 유로존 구제기금을 현재의 배 수준인 1조유로로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독일이 반대해온 사안이다.

하지만 유럽 해법을 둘러싼 시각차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와 독일이 서로 등을 돌리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유럽이사회 국제관계 사무소의 울리케 귀로트 소장은 “독일이 긴축 반발 여론에 직면한 이웃 국가들을 외면할 가능성은 적다”면서 “프랑스도 경기부양 여부를 두고 독일과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독일 국제관계위원회의 클레어 데메스메이 프랑스-독일 관계 전문가는 “양국은 이른 시일 내에 같은 길을 가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독일도 ‘독선적’이라는 인상에서 벗어나려 애쓰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민정책 완화, 외국인에 선거권도=올랑드 정부의 이민 정책은 사르코지 정권보다는 크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올랑드 진영은 불법 체류자의 이민 신청을 사안별로 판단한다는 계획이며 프랑스 거주 외국인에 지방선거권도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이 밖에 동성 결혼과 동성 커플의 입양을 허용하고, 현재 75%에 이르는 원자력 에너지 의존도를 50%로 낮추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올랑드 후보는 이른 시간 내 새 내각을 꾸려 다음달 10일 열리는 총선에도 대비해야 한다. 다음달 총선에서는 10일과 17일 두 번의 투표를 통해 577개 의석의 주인이 결정된다.

대선 승리로 사회당의 우세가 점쳐지는 가운데 수세에 몰린 사르코지의 대중운동연합(UMP)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UMP 측이 국면 돌파 카드로 1차 투표에서 18%를 득표한 마린 르펜 후보의 국민전선(NF)과의 연합을 모색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영화 기자>
/betty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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