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불법개조해 차량…반대편 차선에게는 살인무기
뉴스종합| 2012-05-08 10:48
[헤럴드경제= 민상식ㆍ서상범 기자]Q: “자동차 램프 히드(HID)전조등으로 개조하고 싶은데 가능한가요? A: “두 시간이면 충분합니다.”

Q: “요즘 단속 심하게 하던데, 괜찮을까요?” A: “스위치 연결해서 손쉽게 제어할 수 있게 만들어드릴테니 걱정마세요.”

자동차 공업사에서 자동차 정비사와 고객 간의 대화다.

이번에는 차량 개조를 해주는 업체에서 업체 사장과 고객과의 대화를 들어보자.

Q: “차량 노점을 하려고 하는데 개조가능한가요?” A: “기본형부터 고급형까지 말씀만 하시면 맞춤형으로 해드려요.”

Q: “단속에 걸려서 차량이 압수되진 않을까요?” A: “ 가스나 주방시설을 차량에 설치하는게 불법이지만 노점 자체가 불법인데요 뭘. 상관없어요.”

‘불법 개조’가 성행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최근 차량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개조 및 차량내 무분별한 DMB 시청으로 안타까운 목숨이 세상을 떠났다. 부산의 한 노래주점에서는 건물 내부를 불법으로 개조해 손님들이 손쉽게 비상구를 찾지 못해 결국 9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렇게 각종 사건 사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대한민국은 여전히 안전불감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불법개조’를 하고 있다.


▶“나 오늘 눈뽕 맞고 죽을 뻔 했어요…” 도로 위 살생무기 개조 차량=
지난 7일 서울 강서구의 한 자동차 튜닝 전문업체에 기자가 찾아가 자동차 램프를 HID 전조등으로 개조하고 싶다고 문의했다. 튜닝업체 사장은 “HID 전조등은 25만원, HID 안개등은 18만원인데 스위치 연결해서 운전자가 손쉽게 제어할 수 있도록 만들면 단속도 걱정 없어요”라고 말했다.

HID(High Intensity Discharge) 전조등은 고휘도 방전램프다. 일반 램프에 비해 밝으면서도 수명이 길고, 전력 소모량도 적어 자동차 개조 품목으로 인기다.

하지만 불빛의 강도가 일반 할로겐 램프에 비해 무려 17배나 밝다. 당연히 반대편 차선에서 운전을 하는 운전자에겐 생명을 위협할 만큼 위험하다. 

자동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나 오늘도 눈뽕(맞은 편 차량의 전조등이 규정 이상 밝아 앞이 안보이는 상태) 맞고 죽는 줄 알았다”는 하소연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른 바 ‘도로 위 흉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차량 튜닝업체에서 이 같은 개조를 손쉽게 할 수 있는 게 현실이다.

김정훈 교통안전공단 서울지역본부 안전관리처 과장은 “순정차량(자동차 업체에서 광축조절장치를 갖추고 나온 차량)은 상관없지만 튜닝샵이나 개인들이 승인 절차 없이 HID 램프를 구입해 차량에 장착하는 경우는 모두 불법”이라며 “특히 비오는 날에는 물에 반사돼 그 위험성이 더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단속반이 떠도 바로 고고씽! 할 수 있는 불법 스낵카(차량 노점), 가스시설 까지 갖추고 있어 사고시 아찔= 일반 차량을 개조해 노점 스낵카나 이동형 카페 등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위험천만하다.

인천 남동구에 위치한 한 차량개조업체에 스낵카 개조에 대해 물었다.

“가스설비, 주방시설 등 모든 것이 맞춤형으로 제공된다”며 자신들의 노하우를 열거했다. 심지어 단속을 걱정하는 고객에겐 “빠르게 이동가능한 차량 노점이라 단속을 피하기에도 좋다”며 안심시켰다.

이 업체는 홈페이지를 통해 1tㆍ0.5t 탑형 일반ㆍ소형밴형 등 차량 종류별로 화구설비, 점화설비, 배선 시공방식 등을 자세히 설명하고 고객이 원하는 옵션을 추가할 수 있는 방식이라며 디테일한 차량개조 노하우를 전했다.

업체 상담직원은 “1t 차량 기준으로 저가형 800만원부터 시작해서 고급형 1250만원 까지 다양하다”면서 “건축물이 아닌 차량에 가스나 주방설비를 하는 것 부터 불법적인 요소가 있긴 하지만, 노점 자체가 불법인데 문제없다”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적재차량에 단순히 주방용품을 갖다놓는 게 아니라 음식물을 판매를 위해 차량 윙(날개)를 불법개조하는 경우는 불법”고 말했다.

가스 시설이 탑재된 차량이 사고를 일으켰을 경우는 상상만해도 아찔하다. 화재나 폭발 등 대형 참사로 이어질 것은 뻔한 결과다.

서울 종로경찰서 교통질서계 관계자는 “부분별하게 개조돼 도로를 질주하는 차량은 살인 무기나 다름없다”며 그 위험성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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