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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응 제자와 함께한 30일 간의 여행…“아이가 달라졌다”
뉴스종합| 2012-05-08 11:06
[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친구와 싸우다 점퍼를 찢었다. 친구들과의 싸움이 잦은 학생이었다. 자전거를 훔친 문제로 경찰의 감시를 받기도 했다. 김형욱(12ㆍ가명)군은 누가봐도 ‘문제아’였다.

뜻밖의 사실이 있었다. 자기 소개 발표 시간에 형욱이는 “아버지가 불쌍해요. 아버지가 보고싶어요”라고 말했다. 형욱이의 아버지가 지난 해 돌아가셨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버지의 모습을 보게된 형욱이가 그날 이후부터 행동이 달라졌던 것.

김중환 서울 등마초등학교 교사는 형욱이의 아버지가 돼주기로 결심했다. 아버지의 빈자리로 마음 속 큰 상처를 안고 살던 형욱이에게 사랑의 날개를 달아주고자 했다.

여행계획을 세웠다. 형욱이와 함께 여행 가고 싶은 장소 30여곳을 정했다. 매 아침 9시에 학교에서 만나 저녁 6시까지 밀착 생활지도를 했다. 형욱이만을 위한 14가지 생활지도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자기소망 알아보기, 인내력 기르기, 꿈나라 펼치기, 상대방 이해하기 등을 통해 어린 시절 상처로 굳게 닫혀버린 형욱이의 마음에 조금씩 사랑의 빛이 비추도록 했다.

영화관, 공원, 한옥마을, 박물관 등 소소한 서울 여행을 매일 함께하면서 형욱이는 달라졌다.

항상 어둡고 찡그렸던 얼굴이 미소로 바뀌었다. 형욱이는 김 교사에게 “제가 나중에 선생님 세계 여행 시켜드리고 고급요리도 대접하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아버지의 부재로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12살 소년이 자신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준 교사의 정성과 헌신으로 긍정적인 자아를 되찾게 된 것.

김 교사는 “어떠한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길 바란다. 어디에서든 성실한 자세로 칭송받는 사람으로 훌륭하게 자라길 바라는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제 60회 교육주간을 맞아 김 교사의 사례와 더불어 총 40편의 우수 생활지도 사례를 8일 발표했다. 교총은 오는 14~20일까지 이어지는 교육주간을 ‘행복한 학교, 따뜻한 교실’을 주제로 ‘학교폭력 근절 실천주간’으로 설정하고 지난 달 20일까지 우수 생활지도 사례들을 공모했다.

박영옥 교총 홍보실장은 “심각한 학교폭력과 교실붕괴 및 교권추락의 현실 속에서도 꿋꿋이 학생교육과 생활지도에 나서 교육적 효과를 거둔 사례 공개를 통해 학교폭력 근절 및 문제 행동 학생 생활지도에 어려움을 겪는 교직사회에 보탬이 되고, 교육행정당국도 학교폭력 근절 대책 및 학생생활지도 모범사례로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교총은 오는 14일 40편의 후보작들을 대상으로 최우수상 등 9편의 수상작을 선정, 발표할 예정이다.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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