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서울 이태원과 홍대 일대 클럽에서 모로코인들의 스마트폰 절도 사례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훔친 스마트폰을 팔면 대당 10만~30만원의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고, 절도 사실이 적발돼도 특별한 처벌 없이 강제추방 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점을 노리고 한국에 입국하고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1대는 손님으로 가장해 클럽에 들어가 춤을 추거나 술을 마시고 있는 사람들의 스마트폰을 훔쳐 달아난 혐의(상습절도)로 모로코인 A(30)씨와 B(44)씨를 구속하고 달아난 공범 2명의 행방을 쫓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지난 3월에도 모로코인 C(22)씨도 이태원 술집에서 한국인 여성의 스마트폰을 훔친 혐의로 강제추방된 바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 3월 20일 절도를 목적으로 국내에 입국해 지난달 20일부터 27일까지 일주일 동안 서울 이태원과 홍대 인근 외국인 전용 술집과 클럽 등에서 스마트폰을 상습적으로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 27일 새벽 서울 홍대 모 클럽에서 춤을 추고 있던 D(32ㆍ여)씨에게 접근해 D씨의 겉옷 주머니에 들어있던 스마트폰을 훔쳐 달아났다. 또 20일 밤에는 이태원 모 술집에서 테이블에 올려져있는 스마트폰을 훔치기도 했다.
술집 밖에서도 이들의 대담한 절도 행위는 이어졌다. 이들은 지난 30일 새벽 1시께 서울 홍대 인근 거리에서 만난 E(34)씨에게 “친구가 위치를 모르는데 당신의 스마트폰으로 위치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한 후 스마트폰을 건네받아 달아나기도 했다.
경찰은 이들이 이러한 수법으로 일주일 만에 총 8회에 걸쳐 스마트폰 4대, 노트북 1대, 은팔찌 2개 등 시가 450만원 상당을 훔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확인된 피해품은 10여개에 불과하지만 현재 이태원 클럽가 등에서 스마트폰을 분실했다는 신고가 100여건 가까이 접수되고 있는 상황이라 피해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이들은 “술이 취해서 나도 모르게 휴대폰을 들고 나온 것 같다”며 절도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입국 이유에 대해서도 입을 다물고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송경호 국제범죄수1대 수사팀장은 “이들은 한국을 처음 방문하고 한국어도 사용이 불가능하지만 이태원 및 홍대의 지리를 정확히 알고 있고 특히 찜질방 등 한국적인 문화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모로코 현지에서 한국의 사정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듣고 절도를 목적으로 입국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훔친 스마트폰을 매입한 휴대폰 대리점에 대해서 수사를 벌이는 한편 모로코인들에 의한 절도 범죄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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