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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디스 ‘빚 불감증’ 월가에 옐로카드
뉴스종합| 2012-05-11 11:25
유럽재정위기 위험도 반영
등급하향땐 수익감소 불가피

월가 간판 투자銀 대거 포함
뉴욕증시 앞날에도 먹구름



무디스가 다음달 중순께 15개 글로벌 은행들에 대한 신용등급을 하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무디스의 이번 조치는 지난 금융위기의 교훈을 잊고 도질 수 있는 월가의 부채 불감증에 대한 경고장의 성격이 짙다. 아울러 경기 변동에 취약한 수익구조와 고조되는 유럽 재정위기 위험을 반영한 조치란 풀이다.

해당 은행들로선 예상대로 등급 하향이 현실화할 경우 당장 자금 조달 및 거래비용 상승과 이로 인한 수익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월가의 간판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 모건스탠리, UBS, 씨티그룹, 골드먼삭스 등이 줄줄이 명단에 올라 뉴욕증시의 앞날에도 먹구름이 꼈다. 

▶월가의 부채 불감증에 제동=무디스가 대형 은행 15곳에 대한 등급 하향 가능성을 예고한 것은 지난 2월이다. 이후 지난 3개월간 대형 은행들은 무디스에 선처(?)를 호소해왔다.

하지만 1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같은 노력에도, 다음달 중순에 실제로 등급 하향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모건스탠리, 크레디트스위스, UBS의 경우 신용등급이 세 단계나 내려가 신용도에 상당한 타격이 우려된다. 바클레이스, 골드먼삭스, 도이체방크, 씨티그룹 등 9개 은행은 두 단계,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나머지 3곳은 한 단계씩 등급 하향이 예상되고 있다.

무디스의 등급 하향이 임박한 것은 주주 이익에 혈안이 된 월가 투자은행들의 상습적인 부채 불감증에 대한 우려 탓이라는 게 FT의 지적이다.

아울러 향후 글로벌 경기 변동과 유럽 재정위기, 미국 은행 규제 등의 잠재적 위험을 미리 반영한 면도 있다.

바딤 줄로니코프 얼라이언스번스틴자산운용 수석 전략가는 “은행산업은 경제활동의 척도인데, 불확실한 성장 환경 탓에 은행의 향후 수익성을 확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잭 앨빈 해리스프라이빗뱅크 수석 투자전략가는 FT에 “미 은행들은 매우 불확실한 규제 환경에 처해 있어 공정한 가치를 파악하기가 어렵다”고 털어놨다.

다만 금융위기 후 미 은행들의 체질 개선과 정부의 개입 및 금융기관 구제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월가 대형 은행들의 신용등급이 투자 부적격의 ‘정크(Junk)’ 수준까지 내려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FT는 덧붙였다.

▶은행들 수익성 타격 불 보듯=무디스의 조치로 당장 은행들의 자금줄이 막힐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조달비용의 상승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FT는 전망했다.

특히 신용도 변화에 민감한 파생상품 영업의 위축이 우려된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등급 하향의 영향으로 72억달러 상당의 추가 담보비용이 들 것으로 추정했다.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도 “일부 고객은 일정 신용 등급 이상의 은행과의 계약을 원하기 때문에 무디스가 등급을 하향할 경우 일부 은행과의 거래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운용사로선 은행들의 신용부도스와프(CDS) 상승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일부 운용사는 CDS 스프레드가 400bp를 넘는 은행과 거래를 중단하는 내규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일 기준 모건스탠리의 CDS 스프레드는 381bp까지 치솟은 상태다.

이날 미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가 투자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파생상품 거래로 20억달러 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선 신용평가사의 신인도 하락을 감안할 때 무디스의 등급 하향 영향이 미미할 것이란 주장도 나오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김영화 기자>
/betty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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