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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성인소설 알리바바(492)
라이프| 2012-05-15 07:50
<492>붉은 길, 푸르른 마음 (10)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날씨가 좋아지면 구두에 약칠부터 해야지요. 곧 밖으로 외출할 준비를 미리 해두자는 말입니다.”

신희영의 전화를 받은 강준호는 그동안 잠시 손 놓고 있었던 골프 전지훈련을 곧 재개해야 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것 보세요, 신 여사. 초지일관이라고… 하루도 쉬지 않고 골프 훈련에 매진했다면 이번기회에 확고한 입지를 마련할 수 있었을 겁니다. 공연히 자동차 경주다 뭐다 하면서 세월을 낭비한 꼴이 되었어요.”

“하지만 자동차 운전수로 말뚝 박을 뻔 했던 내 아들, 호성이를 골프선수로 되돌려 놓았잖아요? 그러니 이번 몬테카를로 방문을 후회할 필요는 없어요. 더구나 몬테카를로에서 타이거 우즈 선수를 만나게 된 것도 행운이고요.”

“음! 하긴 그렇군요. 세상만사 톱니바퀴처럼 예정된 대로 어김없이 맞물려 돌아가게 되어있는가 봅니다. 우리가 몬테카를로에 온 것도 어쩌면 하늘에서 이미 정해놓은 수순인지도 모르겠소.”

“그렇지요? 우리 호성이를 세계적인 골프선수로 만들려는 하늘의 뜻이지요?”

“맞아요, 강유리 선수와 호성이를 함께 키우려는 하늘의 뜻이지요.”

강준호와 신희영은 서로 같은 쪽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도달하려는 곳은 서로 달랐다. 인지상정이라고나 할까? 강준호는 그의 딸 강유리의 장래모습을 예견하는 중이었고, 신희영은 제 아들인 유호성의 장래모습에 미리부터 감탄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다른 한 쪽에서는 또 이런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었다. 다른 한 쪽이란 유한솜, 그리고 어느새 그녀를 사랑하게 된 한승우를 일컫는 말이었다.

“강유리 선수의 CF 계약소식에 엄마가 그 틈에 오빠를 끼워 팔려고 작업 중이래요.”

유한솜은 휘파람소리를 내듯이 숨을 길게 내쉬며 푸념부터 늘어놓았다. 함께 세운 공을 몽땅 남에게 빼앗긴 것이란 생각 때문이었다.

“오빠에게 무슨 공이 있다고? 오히려 공을 세운 건 우리 한솜 씨 아닌가? 과감하게 벗고 슬로프를 달렸잖아?”

“나는 뭐 창피한 것도 모르는 줄 알아요? 창피를 무릅쓰고 윗도리를 벗었단 말예요. 토플리스 차림으로 스키 타는 일이 어디 쉬운 줄 알아?”

“그렇지만 어떡하니? 한솜아. 네 주장이 너무 과격했던 거야. 토플리스 차림의 미녀 새라는 이미지보다는 친아버지의 비리를 고발한 딸이라는 사실이 무겁게 느껴진 것이지. 그래서 언론이 외면한 거야.”

“그래도 그렇지… 강유리 선수와 함께 벗고, 함께 달렸는데 어째서 강유리 선수에겐 CF 섭외가 들어오고 나에겐 국물도 없냐고요.”

“무거운 이미지 때문이라니까?”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장사꾼이란 생각마저 들어요. 어쩌면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일을 벌였는데… 이렇게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어요?”

물론 모두가 맞는 말이었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다 장사꾼들이다. 장사꾼들의 눈에 기업가의 비리를 폭로하며 세상의 정의를 외치는 모습은 별로 재미없었다. 게다가 유한솜의 가슴 사이즈는 A컵에 불과하더라는 것도 분명한 이유였다.

그에 비하면 강유리가 내건 이슈는 가볍고 재미있었다. 타이거 우즈를 걸고넘어진 솜씨도 일품이었다. 무엇보다도 그녀의 가슴 사이즈는… 황홀한 글래머 수준이었다. 한승우는 이런 사실을 꿰뚫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아무런 위로의 말도 해줄 수 없을 뿐이었다. 토플리스 차림의 두 여자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은 참으로 냉혹했던 것이다.

어찌 되었건… 세상의 톱니바퀴는 예정된 대로 어김없이 돌아가는 중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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