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저축銀은 돈빼돌리기 경연장?
뉴스종합| 2012-05-15 11:54
미래ㆍ한주ㆍ솔로몬ㆍ한국 등 4개 저축은행 비리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이들의 비리 행각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횡령ㆍ불법대출 액수에 검찰마저 적이 놀란 눈치다.

지난 6일 이들 업체의 영업정지가 발표된 이래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본사와 지점, 관계사 등 내리 40여곳을 압수수색하고 관련자를 불러들이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와 더불어 금융권과 관련업계 등 외곽에서 터져나오는 관련 의혹도 워낙 많아 검찰이 이를 쫓아가기도 버거워 보일 정도다.


▶ ‘돈 빼돌리기 달인’김찬경 회장=김찬경(56) 미래저축은행 회장은 회사가 퇴출될 위기에 처하자 재산을 싸들고 필리핀으로 밀항하려다 지난 3일 체포, 8일 상호저축은행법 위반으로 구속됐다. 밀항 시도 직전 수표와 현금 203억원을 인출했고, 한 달여 전에는 회사 명의로 모 증권사에 예치된 270억 상당의 대기업 주식 20만주를 사채업자에게 넘겨 190억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김 회장이 영업정지 직전 국내 한 카지노 업자에게 제주 H호텔의 카지노 지분을 시중가보다 50억원 이상 싼 110억원에 매각해 도피 및 재기 자금으로 쓰려 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확인 중이다.

김 회장이 본인과 가족, 지인 명의로 보유한 2500억원대 부동산도 상당부분 회삿돈으로 구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14일에는 김 회장과 함께 충남 아산의 리조트 운영업체 고월을 설립한 소동기(56) 변호사를 피내사자 신분으로 소환해 1500억원대의 불법대출을 받는 데 공모했는지 조사했다. 

▶통장, 감정서… ‘가짜 퍼레이드’ 한주저축은=한주저축은행은 영화에서나 볼 법한 ‘가짜 통장’과 ‘가짜 감정평가서’를 만들어 금융당국과 고객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회사 이모 이사는 영업정지 5일 전 은행 내부 테스트용 단말기로 고객 350명에게 가짜 통장을 발급하고 166억원을 빼돌려 달아났다. 검찰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이 이사 검거에 나섰다. 검찰과 금융당국은 한주저축은행이 가짜 감정평가서로 부동산 담보 가치를 터무니없이 부풀려 수백억원대 불법대출을 한 사실도 파악했다.

수원 소재 극장과 대형상가를 차명소유하고 이를 담보로 150억원가량을 불법대출한 의혹을 받고 있는 김임순(53ㆍ여) 한주저축은행 대표는 법인등기부등본에 ‘가짜’ 주소를 기재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을 더하고 있다.

▶장기전 될 솔로몬ㆍ한국=솔로몬ㆍ한국저축은행에 대한 수사는 정관계 로비와 자금 횡령에 개입한 복잡한 중간경로까지 모두 밝혀내 사법처리 대상이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임석(50)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은 회삿돈 수천억원을 투자한 골든브릿지자산운용 선박펀드 등을 운영하며 1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을 받고 있다. 신규 선박을 발주할 때 받는 중개수수료(발주가의 1%) 중 절반을 돌려받거나 이중계약서를 요구하는 등의 방법을 동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 회장은 영업정지 전 임직원에게 15억원을 특별격려금으로 풀고, 회삿돈으로 직원의 대출금 37억원도 갚아주는 등 ‘입막음’성 내부 회유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현수(59) 한국저축은행 회장은 자회사와 특수관계사 등을 동원해 일본, 말레이시아, 캄보디아에 골프장 개발사업 특수목적법인(SPC) 3곳을 차명으로 설립해 400억원을 불법대출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조용직 기자>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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