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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자 걱정없는 삼성사장들, 팔자강연 왜 듣나?
뉴스종합| 2012-05-16 10:32

[헤럴드경제=김영상ㆍ홍승완 기자]‘삶을 개척하는 여섯가지 방법’.

인생을 한번 바꾸고 싶은 이들에게 솔깃한 주제다. 삶을 개척해 나아가 팔자를 고쳐 좀더 나은 운명을 선물받을 수 있다면 누가 싫어할까. 팔자를 좋게 만들 수 있다면 돈 싸들고라도 달려갈 준비가 돼 있는 게 범인(凡人)이다.

다만 이 주제가 다름아닌 삼성 사장들에게 적용되면 얘기는 달라진다. 나름대로 출세했다고 평가받는 삼성 사장들이 굳이 팔자의 방향을 틀 이유는 없다. 하지만 ‘팔자’가 어디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것인가. 기업도 정해진 팔자의 코스대로 간다고 가정하면, 이를 ‘좋은 방향’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것도 경영일 수 있다.

삼성 서초본사에서 16일 열린 삼성사장단회의 강연 주제가 바로 ‘삶의 개척과 팔자’였다. 이날 조용헌<사진> 원광대 동양학대학원 교수는 삼성 사장들을 대상으로 ‘삶을 개척하는 여섯가지 방법’에 대해 강의했다. 사장단회의 강연 주제는 매번 달랐고, 경영에서 철학까지 다양했지만 이날 동양학에 기초둔 ‘인생개척학(學)’은 처음이었고, 누구나 흥미로운 주제였다는 점에서 사장단들도 귀를 쫑긋 기울였다는 후문이다.

사주, 풍수, 한의학 등 해박한 지식으로 동양학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불리며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조 교수의 멘트는 개인사(史)는 물론 기업사에 적용할 많은 시사점을 줬다.



조 교수는 삶을 개척하는 여섯가지 방법론으로 ▷적선을 하라 ▷좋은 스승을 만나야 한다 ▷하루 한시간 정도는 명상, 기도를 해야 한다 ▷독서를 많이 해야 한다 ▷(풍수와 관련해) 편안한 집에서 숙면을 취하라 ▷자기 자신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자신의 팔자는 올바른 습관 또는 노력으로 얼마든지 개척할 수 있다는 뜻이다.

조 교수의 이날 강의는 삼성그룹의 좌표에도 적잖은 힌트를 줬다는 평가다.

조 교수는 ‘명문가(家) 전문가’다. ‘500년 내력의 명문가이야기’, ‘명문가’, ‘백가기행’ 등의 저자인 그는 한국의 명문집안들을 주로 탐험했고, 명문가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집중 조명해 온 인물이다.

조 교수를 강사로 초청한 것은 상당히 오래됐지만, 최근 삼성가의 소송전 흐름과 이와 맞물린 이미지 훼손과 결부시키면 조 교수가 사장단 앞에서 강의를 했다는 것 자체가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조 교수는 이와 관련해 “덕을 쌓아가고 좋은 인연을 만들면 그것이 좋은 인생을 만들 수 있다”고 적선과 선(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삼성 관계자는 “오늘 강연 주제에 삼성을 오버랩시키는 것은 확대해석”이라며 “다만 동양철학과 불교적 시각에 기반둔 조 교수의 강연은 사장들 개인적으로나 경영 측면에서 유용한 메시지가 많았다고 들었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물질화, 서구화를 추구하는 오늘날의 삶속에서 동양학의 가치와 정신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는 계기가 됐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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