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의 좌클릭에 급제동이 걸렸다. 4ㆍ11총선 패배후 불거진 ‘야권연대 회의론’은 걷잡을 수 없는 통합진보당 사태를 거치면서 ‘진보 회의론→중도 강화’로 기어를 변속하는 모양새다. 민주당 내에서는 총선 패배 원인이 ‘야권연대’라고 지목한 보고서까지 유출됐다.
17일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YTN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통진당 사태와 관련 “야권연대를 지속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 현재 진행 상태로는 어둡게 전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통진당내 2개의 비대위가 출범하는 모습을 어둡게 본다고 해석해 달라”고 덧붙였다. 박 원내대표가 야권연대 파기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한 것이다. 그동안 그는 ‘원만한 수습을 기대한다’는 원론적 입장만을 되풀이 했었다.
통진당은 분당론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석기 당선자는 이날 “사퇴시키겠다는 신당권파의 주장은 극단적 파국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파국’이란 분당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통진당이 분당할 경우 야권연대 파기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와중에 민주당 내부에선 지난 총선의 패배 원인을 야권연대 때문이라 분석한 보고서가 작성됐던 것으로 알려져 파문을 낳고 있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이 작성한 ‘4ㆍ11 총선 평가와 과제’ 보고서는 “당 지도부가 야권연대 필승론을 맹신해 ‘야권연대=총선 승리’라는 등식에 도취돼 있었고 이로 인한 새누리당 지지층 결집이란 역효과도 컸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또 “진보와 보수라는 잣대로 정의할 수 없는 ‘이념적 혼재층’이 51.7%로 대폭 증가했다”며 “이들을 견인하기 위해 생활과 밀접한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총선 이후 민주당이 통진당과의 야권연대로 인해 이념과 정책에서 지나치게 좌클릭했던 것이 총선 패배의 원인이라는 당 안팎의 지적을 고스란히 담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민주당의 대선 새판짜기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새누리당 대 범야권 단일후보’라는 기존의 도식에서 ‘새누리당 대 민주ㆍ재야(안철수) 연합’ 구도로의 변화다. 통진당 사태로 ‘진보’라는 단어에 ‘종북’이라는 색채가 드리워지며 통진당과의 야권연대로는 더이상 시너지 효과를 기대키 어렵게 된 탓이다.
당 안 팎에선 대선 후보 군을 늘려 대선 경선 흥행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사당화’ 논란속에 비교적 맥빠진 대선 후보 경선이 예상되는 새누리당을 겨냥한 전략이다. 예를 들어 각 지역별로 경남에선 김두관, 부산에선 문재인, 수도권에선 손학규등의 인물을 내세워 치열한 경선을 치르고, 현장 투표와 함께 모바일 경선까지 실시하면 흥행 몰이가 가능할 것이란 판단이다. 이른바 ‘어게인 2002’ 전략이다.
정책 측면에선 ‘민생정책’이 화두로 떠오른다. 민주당은 최근 이용섭 정책위의장 주재하에 민생공약실천특위를 구성하면서 본격적인 민생정책 챙기기에 나섰다. 또 민주당은 지난 2년간 실시되지 않았던 시도지사 민생정책협의회도 정기화하면서 각급 지자체장들의 민생 챙기기 방안에 대한 논의도 이어나갈 계획이다.
<홍석희 기자 @zizek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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