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일반
농사꾼 변신 에너지기업 재벌2세 최동호 캄보디아 MH에탄올 사장
뉴스종합| 2012-05-17 10:43
[프놈펜(캄보디아)=윤정식 기자] 새하얀 피부와 금테안경, 일본 덴리(天理)대 출신의 이지적인 외모. 사진으로 만난 최동호(47) MH에탄올 사장은 부잣집 도련님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캄보디아에서 직접 대면한 최 사장은 완전 다른 사람이었다. 185㎝의 훤칠한 키에 새카맣게 탄 피부, 회색 건빵바지에 장화를 신고 목에는 수건을 두른 채 밀짚모자를 쓴 그는 영남 지역을 대표하는 중견기업 무학그룹의 오너 2세로 보이지 않았다. 영락없는 현지 ‘농부’였다.

최 사장이 기자에게 처음 건넨 말은 “농사 지어 보셨습니까?”였다. 그의 머릿속에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농업이 결국 경제의 기본 바탕이라는 신념이 깔려 있었다.

그는 “에탄올 사업의 기반인 카사바 농사야말로 식량주권이 곧 에너지주권이 되는 전형적 사례”라며 “무학 역시 지금은 소주기업이지만 결국 에너지기업으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말했다.

-MH는 식품회사인가, 에너지기업인가.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는 소주를 통해 에탄올을 먹는 나라다. 기업가라면 이윤창출을 해서 기업을 더 크게 만드는 게 중요하지만, 이 사업에는 식량주권이 에너지주권으로 연결된다는 사명감이 들어가 있다. 우리나라는 주정(酒精) 원료로만 사용하는 에탄올을 태국이나 베트남 등에서 수입하고 있다. 일본은 에탄올을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이 수입하지만 주정에는 거의 안 들어가고 대부분 연료로 사용한다. 무학의 미래는 에너지기업이다.

-무슨 생각으로 캄보디아까지 왔나.

▶사탕수수ㆍ옥수수 등 에탄올을 만들 수 있는 작물들의 집산지를 찾아 남미부터 동남아까지 모두 다녔다. 결국 캄보디아의 카사바가 최적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땅만 보고 왔다. 지금 보면 캄보디아 공장과 농장이 안정돼 보이지만 정말 산전수전 공중전 다 겪었다. 캄보디아 역사상 화학공장은 우리가 처음이다. 하다못해 비닐공장도 없어 우리가 농장 내에 비닐공장을 만들었다. 지난해부터 카사바 수확이 시작됐다.

-대기업도 진출 못한 사업에 뛰어들었다.

▶오히려 대기업은 가진 게 너무 많아서 할 수가 없을 것이다. 대기업 회장님들이 캄보디아 현지에서 1년의 반을 지낼 수 있겠나. 나는 농장에서 일꾼들과 먹고 자고 한다. 이렇게 해야 겨우 현장을 파악할 수 있고 계획대로 일정을 맞춰나갈 수 있다. 우리는 사활을 걸고 캄보디아에 왔다. 비록 중견기업이라도 바이오에탄올 부문에서는 단연 세계 최고 기업을 만들 것이고, 국가적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본다.

-한국에서는 바이오에탄올이 뭔지도 잘 모른다. 시장이 형성될까.

▶한국은 아직 법제도가 완비되지 않아서 그렇다. 하지만 이미 세계 시장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우리 고객은 지금도 전 세계에 널렸다. 이른바 에탄올 확보전에 뛰어든 사업자들이 넘쳐난다. 우리가 생산한 것을 한국으로 가져가려고 해도 서로 비싼 값을 내고 사간다고 해서 뺏길 정도다. 지금까지는 수출을 하던 중국도 이제는 수입상으로 돌아설 것이다. 전 세계 에탄올의 블랙홀이 탄생하는 셈이다. 앞으로 사려고 해도 살 곳이 없는 연료가 바로 에탄올이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정부 지원이 필수라고 한다.

▶천만의 말씀이다. 이런 사업은 정부 지원을 바라다보면 망한다. 그저 묵묵히 내가 ‘이 길이다’ 하고 판단했기 때문에 뛰어든 것이고, 그 판단이 맞다면 정부 차원의 지원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벌써 캄보디아 정부는 미래 에너지원이라는 생각에 우리 사업에 완전히 올인해서 돕고 있다. 우리 정부도 스스로 필요하다고 느끼면 관련 법제도만 고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분야에서 장난치는 코스닥 기업들 때문에 불신이 많다.

▶공장도 없고 땅만 빌려서 신재생에너지 사업 하겠다고 장난친 기업이 일부 있었다. 이들 때문에 우리도 의심하는 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어차피 세계적 흐름을 거역할 수는 없다. 우리 아이들에게 뭘 물려줄 생각으로 일한다면 그런 일 벌이지 말아야한다. 난 이미 부모 잘 만나서 좋은 집에서 좋은 음식 먹고 좋은 차도 타봤다. 이제 국가를 위해 새로운 분야에서 고생하며 헌신하는 게 내가 할 일이다.

yj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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