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표심을 노리는 정치권의 ‘감언이설’이 늘어날수록 기업이 느끼는 부담은 커지고 있다. 지난 4.11 총선 이후 경영에 부담을 느끼는 기업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업일수록 이런 경향이 짙었고, 포퓰리즘 공약을 가장 경계했다. 정치권의 재벌개혁 정책을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더 우려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헤럴드경제와 대한상공회의소의 공동 설문에 참여한 1014개 기업 중 지난 4.11 총선 이후 기업 경영 부담 변화와 관련해 ‘커졌다(11%)’고 답한 곳이 적지 않았고, ‘작아졌다(4.1%)’보다 2배 이상 많았다. 대다수는 ‘그 전과 다르지 않다(84.8%)’고 응답했지만 총선 전에도 정치권의 반(反)기업 정서에 재계의 불만이 높았음을 감안하면, 이 응답 역시 부정적인 반응에 가까운 것으로 해석된다.
대ㆍ중소기업의 온도차도 느껴진다. 총선 이후 오히려 경영 부담이 증가했다고 답한 비율이 대기업은 14.3%, 중소기업은 9.8%를 차지했고, 부담이 작아졌다는 응답에선 거꾸로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1.4%포인트 높았다.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총선 이후 더 큰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셈이다.
총선을 거쳐 친(親)노동, 반(反)재벌 정책 성향의 국회의원이 늘었다고 생각하는 기업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선거 과정에서 내세운 포퓰리즘 공약이 정책으로 가시화될 것을 가장 우려했다. 친노동ㆍ반재벌 성향 의원이 많이 당선됐다고 응답한 기업의 27.9%는 ‘부자 증세, 과다복지 등 포퓰리즘 공약에 따른 기업 부담’을 걱정했다.
설문 조사 결과 특정 이슈가 아닌 전체 문항에 걸쳐 고르게 응답이 나온 점도 주목된다. 포퓰리즘 공약 부담을 제외하곤 ‘총액출자 제한 등 대기업 규제 정책 부활(14.2%)’, ‘재벌 개혁 등 기업 심리 위축에 따른 성장성 저하(15%)’, ‘노사관계 편향적 지원(15%)’, ‘자유무역협정 철회 및 재협상 요구(14.2%)’, ‘무리한 동반성장 정책 참여 요구(13.8%)’ 등 13~15%대의 비슷한 응답률을 보였다. 그만큼 정치권과 재계의 잠재적 갈등 요인이 특정 현안에 집중된 게 아니라 다양하게 걸쳐 존재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한편 정치권의 반재벌 움직임과 관련해서 대ㆍ중소기업 간 미묘하지만 흥미로운 차이가 나타났다. 반재벌 성향의 국회의원이 늘었다고 응답한 기업 중에서 중소기업의 18.8%는 재벌개혁으로 인한 기업 심리 위축을 우려한다고 응답, 대기업(6.7%)보다 오히려 높았다. 대기업이 위축되면 그 여파를 피할 수 없다는 경계심이 중소기업에서 더 강하게 나타난 셈이다. 대기업 규제 정책 부활이나 무리한 동반성장 정책 참여 등을 우려하는 중소기업도 각각 13.9%, 13.3%로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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