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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의 힘! 3일 끌던 임금협상 1시간 반만에 타결
뉴스종합| 2012-05-18 10:17

[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 박원순이 통했다.

16~18일, 3일째 협상을 벌이면서도 해결점을 찾지 못하던 서울버스 노사가 박 시장 방문 1시간 반만에 손을 맞잡았다. 정중히 고개를 숙이고 “시민들을 생각해 달라”는 박원순 시장 한마디에 노사 양측은 한발짝씩 물러섰다. 15년만의 교통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노사 양측은 18일 오전 4시 40분께 ‘시급 3.5%인상+ 무 사고 포상금 월 4만원 지급, 감차계획 철회’내용의 합의안에 사인했다. 예정됐던 파업시한 40분을 넘긴 극적 타결이었다.

일등공신은 박원순 서울 시장이었다. 박 시장은 18일 오전 3시께 노사협상이 진행중인 동교동 서울버스노조회관을 전격 방문했다. 파업 시작을 한시간여 앞둔 긴박한 시점이었다. 당시 노사 양측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안인 시급 3.5%에는 합의했으나 무사고 포당금에 대해 입장차를 줄이지 못하고 극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었다. 사측은 3만원, 노조측은 5만원을 주장하며 한발짝도 물러나지 않았다. 파업이 현실화되는 듯했다.

하지만 상황은 박원순 시장의 방문으로 역전됐다. 박원순 시장은 꽉 막힌 노사 양측의 대화의 숨통에 물꼬를 텄다. 착찹한 표정으로 협상장을 찾은 박 시장은 양측협상단에 “버스는 ‘서울 시민의 발’이며 운전하는 여러분을 남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주 찾아보지 못해 죄송하다”며 말을 꺼냈다. 이어 “파국으로 가기보다 서로 협력해서 협상이 타결될 수 있도록 노사가 서로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시민을 생각해줬으면 한다”고 얘기하며 협상단에 90도 가깝게 고개를 숙였다.

극단으로 치닫던 협상장의 분위기에 변화기류가 생겼다. 박시장은 류근중 서울시버스노조위원장에게 “노동자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요구만큼 올려드리지 못해 가슴아프다”면서 “서울시 대중교통에서 매년 1조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줬으면 한다”라며 이해를 구했다. 박 시장의 요청에 류근중 위원장은 “타결될 수 있도록 바로 협상에 들어가겠다”고 화답했다. 박원순 시장 방문 15분만의 변화였다.

협상은 급속도로 진행됐다. 3시 30분부터 재개된 협상은 한시간여 지난 4시 40분 전격발표됐다. 사측과 노조는 똑같이 무사고 포상금 1만원씩을 양보했다. 이태주 서울버스노조 정책국장은 “박원순 시장이 직접 찾아와 부탁을 하는데 이를 무시하고 계속 요구안을 주장할 수는 없었다”면서 “시장이 직접 협상장을 찾아와 이해를 구한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시장은 이번 협상 타결로 ‘원칙’과 ‘신뢰’에 ‘명분’까지 챙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협상은 절대적인 노동계의 지지속에 당선된 이 시장이 과연 ‘시장으로서의 원칙’과 ‘지지세력에 대한 배려‘사이에서 어떤 결단을 내릴지 관심이 집중돼 왔다. 하지만 그는 9.5%를 요구한 노조 측에 3.5%란 원칙을 고수하면서 노조 측의 변함없는 지지와 이해까지 얻어냈다. 또 포상금에서 1만원을 양보하긴 했지만 무사고시 지급하는 수당이라는 점에서 ‘시민안전 강화’란 명분도 챙겼다는 분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난항을 거듭해오긴 했지만 협상안에 대해선 대체적으로 만족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박원순 서울 시장도 타결 즉시 트위터로 파업 타결 소식을 전하며 “버스노동조합 조합원, 버스사업자 여러분 모두의 승리”라며 노사 양측에 공을 돌렸다. 박 시장은 협상문제로 취소했던 5.18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오전 8시께 비행기를 타고 광주로 향했다.

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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