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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팰리스 사람들의 재테크 노하우는?
뉴스종합| 2012-05-18 11:12
타워팰리시안의 재테크 노하우

현금보유 평균 20억~50억 추산
경기침체땐 ‘중수익 중위험’ 선호



흔히 ‘강남 큰손’이라고 하지만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거주자들은 ‘강남 속 강남’으로 불렸다. 타워팰리스 주민들의 재테크 방식은 강남 부자들과 같으면서도 다르다. 무엇보다 ‘스마트’하다. 단순한 재테크 지식이 아니라 거시적인 경제 흐름을 꿰뚫고 있다는 것이다. 또 압구정동 등 다른 지역에 비해 부동산 대신 유동성 비중이 크게 높다는 특징도 지닌다.

지금도 여전히 경제 상황에 해박한 전문가집단이 많고, 타워팰리스 내 ‘이너 서클’ 간 교류가 활발함에 따라 누구보다 정확하고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 타워팰리스 거주자들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실제로 타워팰리스 거주자들의 성격은 ‘강남 큰손’들과 다르다. 지난 2003년 신한은행 PB본부가 분석한 강남 고객의 특징에 따르면 평균 40대 중반의 신흥 부자로, 은근히 자신을 알아주기를 기대하는 성향이 뚜렷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타워팰리스 거주자들의 특성은 이에 부합하지 않았다. 최초 타워팰리스 분양자의 평균 나이는 50대 중반이었으며, 상당수가 기업인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40대 중반 부유층보다 구매력이 높고 안정을 원하는 집단이다. 40% 가까운 가구주의 직업은 확인 불가였다. 자신을 알아주기를 원하는 강남 부자들의 일반적인 특성과는 배치된다.

지난 2005년 타워팰리스 거주고객들의 PB 업무를 담당했던 한 은행권 관계자는 “고객들이 노출을 꺼려 쉽게 접근하기 어려웠다”며 “스스로 찾아오는 고객에게 최대한 친절히 상담해주고 소개를 받는 정도가 최선”이라고 말했다. 당시 1개 은행에 예치된 고객들의 평균 현금자산은 10억원가량이었다고 한다. 고객들이 통상 2~3개 은행에 분산 예치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객들의 평균 현금자산은 20억~5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의 경우 천차만별이지만 한 은행에만 30억원 이상의 자산을 예치한 ‘슈퍼리치’들이 크게 늘어났다. 은행들이 이를 겨냥해 30억원 이상 예치한 고객들에게 다양한 우대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승희 신한은행 도곡PB센터팀장은 “타워팰리스 지역 고객들은 여타 지역 고객보다 유동성 비중을 배 이상 높여놨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운용하기 위함이다. 주식의 경우 삼성전자와 같은 대형 우량주를 선호하고 은행 상품은 MMDA(수시입출금예금) 등 입출금이 자유로운 상품을 선호한다.

반면 역시 대표 ‘부자 동네’로 꼽히는 압구정동의 경우 부동산 자산 비중이 유난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압구정 부자들은 일반적으로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비율이 80대20 수준”이라며 “임대료를 받을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이 많다”고 말했다.

타워팰리스 고객들은 그러면서도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정 팀장은 “타워팰리스 고객들은 주가가 급락할 때도 바로 투자금을 빼지 않고 진득하게 기다린다”며 “결국 고객들의 선택이 옳았던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런 특성은 대기업이나 금융기관, 정부 고위 관료 출신들이 많아 경제 흐름을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거주자끼리의 교류를 통해 일반인들이 접하기 어려운 고급 정보를 서로 나눌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반면 압구정동 부자들은 대체로 자신이 적극적으로 투자하기보다는 은행 PB들이 정해주는 대로 따라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타워팰리스 거주민들의 최근 재테크 관심은 다른 부자와 마찬가지로 단연 절세다. 채준호 하나은행 도곡PB센터장은 “고자산 고객들은 최근 세금에 매우 민감하다”며 “절세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 고수익보다는 안정 추구 성향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형일 하나은행 PB본부장은 “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고령인 이 지역 고객들은 부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어 위험관리에 치중한다”며 “특히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으로 ‘중수익 중위험’ 투자를 선호하는 추세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하남현 기자>
/airins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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