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10년전엔 김창열의 ‘물방울’ 맺혔지만…이젠 그 빈자리에 허스트 ‘물방울’이…
라이프| 2012-05-18 11:06
타워팰리스가 처음 들어섰을 때 가장 인기 있던 그림은 김창열 화백의 ‘물방울 그림’이었다. 파리와 서울을 오가며 활동하는 김 화백은 화폭에 맺힌 물방울이 금방이라도 ‘톡’ 하고 떨어질듯 맺혀있는 유화가 트레이드 마크. ‘열 집 중 한 집에는 김창열의 물방울이 걸려있을 것’이란 말도 나돌았다.

그렇다면 요즘은 어떨까? 지금 가장 인기 있는 그림은 영국 출신 스타 작가 데미안 허스트의 물방울 그림이다. 눈부신 순백의 캔버스에 빨강 노랑 파랑의 둥근 점들이 상큼하게 반복되는 허스트의 ‘스폿 페인팅’은 고가(작은 크기 및 중간사이즈 약 5000만~1억원 안팎)에도 불구하고 꽤 인기다. 은은한 서정미를 보여주는 그림에서 이제는 경쾌한 그림으로, 국내 원로화가 그림에서 세계 미술계를 쥐락펴락하는 월드스타 그림으로 타팰 입주민들의 아트에 대한 선호도가 바뀐 것.

서울의 한 화랑주는 “강남 고객 중에서도 타팰 고객은 그림을 아무래도 좀 더 많이 사는 편이다. 아파트 층고가 기존 아파트에 비해 높고, 거실이 커서 사이즈가 큰 그림이며 현대적인 사진도 잘 소화되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한때는 강북 화랑들이 강남에 앞다퉈 분점을 내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 화랑주는 “타팰 고객들은 산수화나 서예에는 거의 관심이 없고 참신한 작품을 선호한다. 김중만의 꽃 사진과 아프리카 풍경사진이 인기가 높고, 배병우 작가의 소나무 사진도 문의가 줄을 잇는다”고 전했다.

지난 10년간 대형 평형에 사는 타팰 주민들은 앞서 김창열의 물방울 그림과 고(故) 이대원 화백의 사과나무밭 그림, 이왈종 화백의 그림이 선호도가 높았다고 한다. 반면 젊은 층이 많이 사는 중형 평형에선 사석원, 민병헌, 이동기 등 중견 작가의 작품과 무라카미 다카시 등 해외 작가의 작품이 인기라고 귀띔했다. 이 같은 붐은 2008, 2009년에 접어들며 한풀 꺾였다고 한다.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전 세계적인 금융 위기가 도래하며 그림값이 반 토막이 나자 타팰 손님들도 타 지역처럼 아트 컬렉션에서 발을 빼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예술의전당과 LG아트센터, 삼성미술관 리움 멤버십에 가입한 이들의 비율이 타팰이 가장 높을 것이라는 것이 문화예술계 추정이다. 특히 클래식 콘서트와 뮤지컬, 영화감상 등을 정기적으로 즐기는 마니아층이 타 지역에 비해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은 또 가구에는 힘을 많이 주는 편이었는데 흥미로운 것은 최근 들어서는 일상생활에 직접 쓰면서, 미래 투자가치도 있는 앤틱 가구 및 명품가구를 선호하는 층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조지 나카시마, 샬롯 페리앙, 레이 임스의 우아한 디자이너 가구에서부터 캐주얼한 가구인 톨릭스까지 타팰에서는 다양한 가구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쓰이고 있다. 


<이영란 선임기자>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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