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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發 경제불안…靑 “물가 불똥튈라” 불안
뉴스종합| 2012-05-21 11:55
“통화스와프(swap)도 했고, 자유무역협정(FTA) 효과도 있는데 물가가….”

그리스 사태로 경제불안이 커지며 청와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간신히 고삐를 잡아놨던 물가가 이번 사태로 다시 꿈틀거릴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1일 “작은 경제규모인 우리가 유럽 사태에 흔들리지 않을 방법은 없다. 재정이 바닥난 선진국들도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돈을 푸는 게 유일한데, 이는 물가불안을 야기해 서민에 가장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선진국들이 위기극복을 위해 돈을 풀더라도 경제상황이 불안하다보니 풀린 돈이 실물경제보다는 원자재 등 안전자산으로 쏠려 물가불안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에도 1분기 3.8%에서 2분기 4%로 높아졌던 물가가 미국 신용등급 하락 충격이 강타했던 3분기에는 4.3%로 상승폭이 커졌다. 이후 유럽 사태가 진정되면서 올 1분기 물가는 3%대로 안정됐고, 3월 이후에는 2%중반까지 떨어졌다.

이 관계자는 “작년 7월부터 물가안정에 총력을 다해 많이 떨어졌지만 아직 불안하다. 여전히 물가안정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게 경제팀의 입장이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수출감소는 한ㆍ미 및 한ㆍEU FTA가, 외환시장 불안은 한ㆍ중ㆍ일 통화스와프가 방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했을 때의 파장에 대해서는 아직 가늠조차 못하는 모습이다.

이 관계자는 “외신을 보면 유럽의 당사국들조차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에 따른 피해규모를 쉽게 예상하지 못하고 있다.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인데, 그저 엄청날 것이라고 추정할 뿐이다. 이 때문에 상황 발생 시 적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비상계획(contingency plan)을 재점검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 올 1분기 수출증가율은 3%대로 작년 동기 29.6%에 비해 급감했다. 26.4%에서 7.6%로 줄어든 중국, 12.5%에서 2.6%로 감소한 일본보다 더 큰 폭의 둔화다. 특히 EU로의 수출증가율은 -17.7%로 중국(-1.8%), 일본(-5.4%)보다 훨씬 더 컸다. 한ㆍEU FTA 혜택품목의 수출증가율이 22.9%나 됐지만, 비혜택품목이 -34%로 위축된 탓이다.

한ㆍ중ㆍ일 통화스와프의 효과도 좀 더 지켜볼 여지는 있다. 원/달러 환율은 1170원을 넘으며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고, 4월 말 121bp(100bp=1%포인트)였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지난 18일 148bp로 치솟으며 유럽 재정불안이 컸던 지난해 말 수준(150bp)에 근접했다.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유럽계 자금의 이탈 가능성도 여전하다. 국내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 가운데 약 30%가 유럽계 자금인데, 이들은 주식시장에서 4월 이후 3조7000억원 이상을 팔아치웠고, 채권시장에서도 플러스(+)를 유지하던 순투자 기조를 4월 이후에는 마이너스(-)로 바뀌었다.


<홍길용 기자>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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